[다시 뛰는 대한민국 ‘GREAT Korea’] “수치는 괜찮아” 경제지표만 바라보다 이 지경…

입력 2019-01-01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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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고용·소비’ 선순환 시급한데 기업활동 막는 규제로 경쟁력 약화…근본적 해법, 정부에 달려

한국 경제의 역동성이 사라졌다.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반도체 수출 덕분에 잠재성장률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지만, 내수는 일찌감치 마이너스로 꺾였다. 혁신을 미룬 기업들은 글로벌 경쟁에서 고전하고 있고, 기업의 위기는 가계의 위기로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 경직적 근로시간 단축 등 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준 섣부른 정책으로 그나마 남아 있던 시장의 의욕을 꺾었다.GDP 증가율로만 보면 한국 경제는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양호한 흐름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해 12월 유로존(-0.1%P)과 일본(-0.2%P), 중국(-0.1%P) 등 주요국들의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9월 전망보다 하향 조정한 가운데, 한국의 전망치는 2.8%로 유지했다.

총고정자본 형성이 감소로 전환되고 실업률 상승 폭이 확대되겠지만, 수출 증가가 이를 상쇄할 것으로 봤다. 국내 경제 전문가들도 “지표상으론 위기로 보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체감경기는 바닥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최근 성인 103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70.9%가 올해 경제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수 부진이 결정적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투자 등 내수의 3분기 성장 기여도(전 분기 대비)는 -1.3%P를 기록했다. 1분기 1.2%P에서 2분기(-0.7%P) 감소로 전환돼 3분기에는 감소 폭이 더 커졌다. 반면 수출의 성장 기여도는 1.7%P였다.

수출 증가는 소비나 투자에 비해 체감경기와 밀접하지 않다. 그 효과가 특정 기업이나 산업에 한정되고, 고용유발 효과도 작아서다. 수출 증가에 힘입어 지난해 2분기 대기업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7.8%로 1년 전보다 0.4%P 상승했으나 중소기업은 7.3%로 0.1%P 하락했다. 수출의 고용유발 효과(최종수요 10억 원당)도 2014년 기준으로 8.1명으로 소비(15.2명)의 절반에 불과했다.

체감경기가 살려면 소비와 투자가 늘고, 이를 바탕으로 일자리(가계소득)가 늘어 다시 소비와 투자를 늘리는 선순환이 이뤄져야 하는데, 2011년 이후 내수는 늘 그늘이었다. 주력산업인 조선업과 자동차업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고, 그 균열이 최근 구조조정 등으로 번지면서 전반적인 내수가 침체됐다. 수출의 GDP ‘뻥튀기’에 고무돼 정부가 적기에 대응을 못한 것이다.

수출이 호황이던 2017년에도 조선·자동차 경기는 내리막이었다. 통계청의 ‘2017년 광업·제조업조사’ 결과를 보면, 조선산업은 2016년 수주절벽의 영향으로 선박 건조량이 감소하면서 출하액은 50조9000억 원으로 24.7%, 부가가치는 16조 원으로 20.6% 급감했다. 사업체 수도 전년 1589개에서 1420개로 10.6%(169개) 줄었다. 그나마 사업체당 부가가치는 사업체 수가 줄어든 덕에 전체 부가가치 감소 폭보다 작은 11.2% 감소에 그쳤다.

자동차산업도 출하액(-1.8%)과 부가가치(-2.2%) 모두 감소세를 이어갔다. 연관산업인 철강산업은 철강재 가격 상승과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로 출하액이 14.1%, 부가가치는 18.6% 증가했지만, 자동차산업은 자동차 및 수출이 부진하면서 침체를 벗어나지 못했다. 글로벌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섬유산업도 출하액이 19조4000억 원으로 2.9%, 부가가치는 7조2000억 원으로 3.3% 감소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2010년 호황이 끝나고 2011년부터 생산성 지표가 나빠지기 시작했다”며 “주력산업 침체 등 구조적 문제가 사실상 이때부터 시작된 건데, 혁신이 중요하다는 데에는 누구나 동의하면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진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구조적인 문제가 커 올해에도 소비와 투자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본다”며 “정부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와 같은 수준으로 내놨는데, 지난해보단 좀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단기적으론 내수가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주력산업 기업들이 하루아침에 신시장에 진출하거나 생산품목을 전환하는 게 불가능하고,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경직적 근로시간 단축 등 ‘정책 실패’의 충격이 올해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커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산업 경쟁력 하락은 계속해서 진행돼왔고, 이런 와중에 산업 재편은 수년간 지연됐다”며 “뭘 할지는 기업이 선택해야겠지만 기업들이 신산업에 진출하거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규제를 합리화하고 의욕을 북돋는 건 정부의 역할인데, 그동안 그런 역할을 제대로 못했다”고 꼬집었다. 특히 “무엇도 해결된 게 없는데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비용 충격만 줬다”면서 “구조적 문제를 현 정부의 탓으로 보긴 어렵지만, 그 문제를 키운 책임은 현 정부에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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