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연구요원 폐지 ] 차세대 김택진 키우진 못할망정 ‘싹’ 자르나

입력 2019-01-01 16:59 수정 2019-01-02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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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유발액 1.3조 경제적 파급효과… 폐지 땐 중기 인력난 심화 전망

1973년부터 국내에서 시행되고 있는 전문연구요원 제도는 이공계 석·박사가 병무청 지정 기업이나 공공연구소에서 근무하며 병역 의무를 대신하는 제도다. 시행 후 30년간 복무 기간이 5년으로 유지됐지만 2005년부터 기간이 3년으로 단축됐으며 매년 2500여 명을 선발해 현재 약 700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 중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1400여 곳 업체에 1800여 명, 대·중견기업 200여 곳에 600여 명 등 총 2000여 명이 전문연구요원 제도를 통해 병역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전문연구요원 제도를 포함한 전환·대체복무를 단계적으로 감축하거나 폐지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해 병력 충원이 어렵고, 사회적으로 병역 대체복무에 대한 인식이 나빠짐에 따라 이를 축소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것.

이에 중소벤처 업계에서는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 IT 기업의 성장을 이끌어온 전문연구요원 제도를 폐지할 경우 스타트 업계 인력 부족 문제와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전문연구요원 제도가 폐지되면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에서 고급 연구 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사라져 성장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업계에서는 전문연구요원 제도가 우수 인력을 이공계에 유입하는 효과가 있다고 강조한다. 올해 초 곽승엽 서울대학교 교수가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카이스트, 포항공대 대학원생 1565명을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대학원생 80%는 ‘전문연구요원 제도가 박사과정 진학에 영향을 미쳤다’라고 답했다. 이공계 기피 현상 완화에 도움이 되는지를 묻는 항목에서는 62%가 ‘효과가 높다’‘거나 ‘매우 높다’는 답변을 했다.

전문연구요원 제도의 경제적 파급 효과도 높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6년 기준 2만778명을 통해 경제적 파급효과를 만들어내고 있으며 이들의 생산유발액은 11조9889억 원(산업기능요원 10조6642억 원, 전문연구요원 1조3247억 원)에 달한다. 고용유발인원은 3만5022명(산업기능요원 3만629명, 전문연구요원 4393명)에 이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문연구요원 제도가 국내 이공계 대학원 진학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라며 “제도가 폐지되면 국내 스타트업과 중소기업들이 인력을 구할 길이 사라져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전문연구요원 제도가 사라지면 국내 창업 열기도 식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국내에서 성공한 IT기업 중 전문연구요원 제도를 통해 병역 의무를 해결한 기업인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김범수 카카오 의장 등이 대표적이다. 스타트 업계에서는 김창욱 스노우 대표, 김종화 봉봉 대표, 안성우 직방 대표 등이 꼽힌다. 이들 외에도 스타트업 주력 개발자 다수가 전문연구요원 제도를 통해 병역 의무를 이행했으며 기업을 성장시키는 주축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전문연구요원 제도의) 도움을 분명히 받았다. 좋은 인력들이 벤처 업계로 갈 수 있는 창구라고 생각한다”며 제도 폐지를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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