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석면 안전을 향한 길을 닦다

입력 2019-01-01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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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천규 환경부 차관

프랑스 해군의 자랑이던 항공모함 클레망소(Georges Clemenceau)함이 2006년 5월, 과거의 영광을 뒤로하고 선박 해체를 위해 인도로 이동하던 중 프랑스로 뱃머리를 돌려야만 했다. 클레망소함에 무려 700톤에 이르는 석면이 실려 있어 인도 대법원이 자국 해역 진입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과거 ‘불멸의 섬유’, ‘기적의 물질’이라 칭송받았던 석면은 폐에 악영향을 끼쳐 석면폐, 폐암 등의 중대질환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알려짐에 따라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석면은 우리나라에서도 ‘산업의 쌀’로 불리며 널리 사용됐다. 고기를 구워 먹기 위한 불판으로, 어린이들의 놀이기구로 폐석면 슬레이트를 사용하는 풍경을 전국에서 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9년부터 석면 사용이 전면 금지됐으나, 이전에 사용되었던 슬레이트 지붕, 단열재, 절연재 등의 석면 건축자재가 아직도 많은 건축물에 남아 있다.

이에 따라 석면으로 인한 국민 건강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2011년 ‘석면안전관리법’이 제정됐다. 환경부는 석면안전관리를 위한 선행 조치로 약 8만 동의 건축물을 조사하고 약 4만 동의 석면 건축물에 대한 사후관리를 지자체와 함께 실시하고 있으며 관련 정보를 ‘석면관리 종합정보망’(asbestos.me.go.kr)을 통해 공개하고 있다.

아울러, 석면 공사장 주변 주민의 건강 피해 예방을 위해 석면해체작업감리인 제도를 도입하고, 과거 새마을 운동을 계기로 전국적으로 보급된 석면 슬레이트 지붕의 해체를 위해 지난 8년간 약 20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한 바 있으며, 지하철에 사용된 석면을 모두 제거하는 등 석면안전관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석면으로 인한 질환은 통상 10~20년의 잠복기를 지나 발병하기 때문에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민감 계층인 어린이와 청소년의 생활공간인 학교에 보다 강화된 기준을 적용해 관리하고 있다. 우리나라 학교의 68.2%는 석면이 사용된 것으로 확인된 바 있어, 정부는 2027년까지 약 3조 원을 투입해 모든 학교 건물의 석면을 제거할 계획이다. 환경부는 교육부 및 고용부와 협력해 지난 3년간 3094개교의 석면을 완전히 제거했다.

학교 석면공사를 처음 시행했을 당시에는 공사 후에도 석면 잔재물이 발견되는 등 부실 공사가 발생해 등교 거부와 같은 사회적 갈등이 발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여름방학부터는 강화된 석면공사 기준을 적용하고 학부모, 시민단체,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학교 석면 모니터단’을 구성·운영해 공사 과정을 살펴보게 했다. 덕분에 공사 후 잔재물 무검출이라는 성과를 이룰 수 있었다.

그러나 아직 안도하기에는 이르다. 우리 주변에는 여전히 약 140만 동의 석면 슬레이트 지붕, 약 3만 동의 석면 건축물, 그리고 약 1만 개의 석면 학교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희망이란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한 사람이 먼저 가고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길이 되는 것이다.” 중국 근대문학의 아버지 루쉰(魯迅)의 작품 ‘고향’의 한 구절이다.

우리는 지난해 여름방학에 정부만의 힘으로 어려웠던 학교 석면 문제를 학부모, 시민단체, 전문가들이 모인 합동 모니터단으로 해결하면서 루쉰의 통찰이 오늘날에서도 유효함을 보았다.

개방과 소통을 통해 학교 석면 공사 잔재물 0%라는 작은 길을 닦은 것이다. 정부와 더불어 국민 모두가 함께 손잡고 걸어 나아가 석면으로부터의 건강 피해 예방을 위한 큰 길이 열리는 미래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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