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과학기술 수준은 첨단 대형 연구 장비 및 시설의 수준에 좌우되며, 20세기 후반 대부분의 중요한 과학기술적 성과는 첨단 연구시설과 장비 활용에 의해 가능했다. 이러한 시설과 장비 구축은 대규모 예산 투입과 장기간의 공정을 통하여 이루어지기 때문에, 국가 연구개발의 효율성, 경쟁력과 생산성 향상을 위한 과학기술 인프라 확충은 2000년대 초부터 정부 주도로 적극적이며 지속적인 투자가 진행되어 왔다.
국가과학기술지식정보서비스(NTIS)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6년까지 6년 동안 국공립연구소, 출연연구소, 대학, 기업, 기타 공공기관 등에 투자된 연구장비비는 4조9660억 원으로 보고되어 있다. 연구개발을 지원하는 장비의 구축에 해마다 약 8300억 원의 큰 투자가 이루어진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소득 성장의 변곡점을 이루었던 1980년대 말, 대학에서 연구에 필요한 고가 연구장비의 개별 구축 및 운영이 어려워 연구 인프라의 효율성 제고를 위하여 기초과학지원센터가 설립·운영되었다.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차관을 제공받아 고가 연구장비를 구축하고 전문 운영인력이 연구 지원을 하는 체계로, 불과 30년 전의 연구환경과 현 상황을 비교해 보면 엄청난 발전을 이룬 것이다.
대형 연구시설은 일반적으로 토지, 건물, 특수설비, 연구장비, 그리고 부대시설로 구성되며, 연구시설의 특성에 따라 그 일부로 구성되기도 한다. 이러한 시설의 활용을 통하여 연구개발, 국제협력연구, 인력양성 등이 이루어지고 있다. NFEC의 장비활용 종합포털사이트(ZEUS)에 대형 가속기, 차세대 초전도 핵융합 연구장치, 하나로 원자로 등 122건의 대형 공동 활용 연구시설이 등록되어 있으며 이를 활용한 경쟁력 있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또한 지역 특화 산업 육성을 위한 지원 센터들이 각 지역별로 구축되어 기초연구와 산업 간의 연계 강화로 연구성과의 사업화 및 이를 통한 경제적 효과 창출 극대화에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전국에 구축되어 있는 연구장비·시설의 경우, 구축 당시 국가 차원에서의 체계적 로드맵이 부족한 상태에서 운영 계획과 연계 없이 장비·시설의 하드웨어 구축에만 집중적으로 예산이 투입되어, 구축 후 실제 운영·활용에는 한계점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출연연의 경우 사업비에서 일부 운영예산을 충당할 수 있으나, 특히 지역 소재 연구시설·장비의 경우 운영 예산 및 인력 확보에 큰 어려움이 있어 실질적·효율적 활용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연구기관 지역 조직의 효율성 문제가 제기되는 요즘, 이제는 눈에 보이는 하드웨어 구축에만 주력할 것이 아니라, 소프트웨어와 사람에게 예산을 투자해야 한다. 이미 설치·운영되고 있는 연구기관의 지역 조직과 지역 특화 산업 지원시설들을 효율적으로 운영해 연구 결과의 성과 창출을 유도할 수 있도록 예산 투입의 방향 변화가 필요하다. 또한 범부처가 참여하는 대형 연구시설 로드맵을 구축하고, 구축 단계부터 활용성 제고, 운영예산 및 인건비 등과 연계한 계획을 기반으로 체계적인 연구장비·시설을 구축해야 예산 투입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