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2018년은 암호화폐로 시작한 관심이 블록체인으로 넘어가는 시기였다고 볼 수 있다. 먼저 대부분의 사업 영역에서 높은 보안성과 신뢰성을 갖는 블록체인의 장점을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하였다. 여기에 암호화폐공개(ICO:Initial Coin Offering)가 금융기관이나 자본시장에 비해 규제를 덜 받고 빠르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방식으로 여겨지면서 블록체인 관련 프로젝트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였다.
그러면서 블록체인 기술을 어디까지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2017년까지만 하더라도 결제에 주로 이용되었던 비트코인처럼 P2P금융, 해외송금 등 금융분야 적용을 위한 블록체인 개발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였다. 그러나 2018년에는 보안 및 인증 분야는 물론 제조업, 유통, 회계, 마케팅, 스포츠, 여행 등 대부분의 사업 영역으로 확장되었다. 우리 정부 차원에서는 통관, 선거, 축산물의 이력 관리, 부동산 거래 등 공공부문의 시범사업을 진행하였는데 올해는 더욱 다양한 공공부문에서의 블록체인 활용 사업이 진행될 것이다.
블록체인의 다양한 적용 가능성을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암호화폐의 시장 가치가 하락한 것은 아직까지 ICO가 진행된 프로젝트 가운데 상용화에 성공한 사례가 등장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미국, 중국 등 국제사회에서 ICO에 대한 규제가 엄격하거나 아직 정비되지 못한 이유도 있겠지만 이 역시 글로벌 성공 사례 부재를 주요 원인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2019년에는 상용화된 블록체인 기술을 볼 가능성이 높다. IBM을 비롯하여 오라클, 아마존, 구글, MS 등 글로벌 IT 기업이 블록체인 기반의 플랫폼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도 적극적이다. 카카오는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Klaytn)’을 선보였고 네이버는 블록체인 플랫폼 ‘링크 체인(LINK Chain)’과 암호화폐 ‘링크(LINK)’를 개발하여 향후 서비스 지불 및 보상수단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삼성SDS는 자체 개발한 블록체인 플랫폼 ‘넥스레저(Nexledger)’를 통해 대량 거래 처리와 스마트 계약 등을 구현하였고 LG CNS는 디지털 인증, 커뮤니티 화폐, 공급망 관리 등이 가능한 기업용 블록체인 플랫폼 ‘모나체인(Monachain)’을 출시하였다.
이러한 대기업 참여는 분명 긍정적이지만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 산업 생태계에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먼저 자금조달 측면이다. 작년 1분기를 정점으로 ICO에 대한 의구심 증가로 ICO는 급격히 감소하였다. 이의 대안으로 토큰 발행사의 자산에 대한 소유권을 인정하는 증권토큰공개(STO:Security Token Offering)가 떠오르고 있다. ICO와 달리 토큰 발생사 자산을 소유하고 이윤의 일부를 배당금으로 받거나 경영권의 일부를 갖는다. 두 번째는 규제 측면이다. 프랑스를 비롯하여 주요 국가에서 ICO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여전히 불명확하다. 암호화폐에 우호적인 일본이 의장국이 되는 이번 G20회의에서 글로벌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질지 지켜볼 대목이다. 이 밖에도 SEC의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여부와 가격 변동성이 낮은 스테이블코인의 부상도 산업생태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이다.
지난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세계에서 규모가 가장 큰 경제학회인 전미경제학회에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뜨거운 주제 중 하나였다. 전년도에는 볼 수 없었던 학술 논문의 발표는 물론, 관련 패널 토의가 두 번이나 진행됐다. 이제는 우리 생활에 영향을 주는 연구의 대상이 된 것이다. 학술적으로도 큰 관심을 받고 있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시장이 올해는 어떻게 진행될지 벌써부터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