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시는 지난주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 낙관론에 힘입어 상승했다. 다우와 S&P500지수 모두 주간 기준으로 2% 이상 올랐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3.5% 뛰었다.
이번 주는 씨티그룹과 JP모건체이스 등 주요 은행들을 시작으로 기업들이 작년 4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어닝시즌의 막이 열린다. 델타항공과 넷플릭스의 실적 발표도 예정돼 있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셋 집계에서 애널리스트들은 지난해 4분기 S&P500 기업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했을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작년 7월 전망했던 18%에서 둔화한 것이다. 애플과 삼성전자 등이 연초부터 작년 4분기 실적 전망을 하향 조정하면서 어닝시즌에 대한 기대도 급격히 후퇴했다.
여전히 작년 말 기업 순익이 두 자릿수 증가율을 유지하는 것은 긍정적이나 시장은 미·중 무역 전쟁과 글로벌 경기둔화 등으로 올해 1분기 실적 전망이 크게 약화할 가능성에 더 주목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는 이번 1분기 S&P500 기업 순익 증가율이 약 3.9%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설상가상, 정치적 불확실성이 시장을 강하게 억누르고 있다.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을 놓고 도널드 트럼프 정부와 야당인 민주당이 극한 대립을 보인 결과, 12일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은 22일째로 사상 최장 기록을 세웠다. 이전 기록은 빌 클린턴 전 정부 시절인 1995년 12월 16일에서 그다음 해 1월 6일까지 21일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잇따라 글을 올려 불법 이민에 따른 범죄가 국가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한다며 인도주의적 위기 상황에서 민주당이 당장 의회로 복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민주당이 계속 장벽 건설 예산 편성을 반대할 경우에 대비한 국가비상사태를 검토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민주당은 트럼프 정부의 국가비상사태 선포에 맞서 법적 소송을 고려하는 등 셧다운 해소는 요원한 상태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주 셧다운 장기화에 미국이 최고 신용등급인 ‘트리플A(AAA)’에서 강등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셧다운이 앞으로 2주 더 이어지면 경제적 손실이 60억 달러(약 6조6700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 장벽 건설 예산 57억 달러를 훌쩍 뛰어넘는 것이다.
셧다운이 지속하면서 미·중 무역협상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은 류허 중국 부총리가 오는 30~31일 워싱턴을 방문해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과 장관급 무역회담을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셧다운 장기화에 오는 22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막하는 세계경제포럼(WEF) 연차 총회 참석도 취소한 마당에 미·중 장관급 무역협상도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 앞으로 무역협상이 타결에 이르기까지 7주 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어서 시간도 촉박하다.
양측은 지난주 차관급 실무협상에서 중국의 대미 수입과 시장 개방 확대 등에 동의했으나 중국 정부 보조금 중단, 지식재산권 보호 등 핵심 이슈에 대해서는 의견차가 여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럽 변수도 시장을 뒤흔들 수 있다. 바로 영국 하원이 유럽연합(EU) 탈퇴인 브렉시트 합의안을 놓고 15일 표결에 들어간다. 하원에서 부결되면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불신임안 투표에서 노딜 브렉시트, 또는 제2브렉시트 국민투표에 이르기까지 한치 앞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