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이 올해 신년사에서 소득주도성장·공정경제 등 경제 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겠다고 못 박은 상황에서 청와대 관계자는 물론 여당 고위층까지 잇따라 대기업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어 ‘소통’이 아니라 ‘압박’으로 느껴진다는 하소연이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15일 문 대통령과의 간담회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구광모 LG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5대 그룹 총수 등을 비롯해 대기업 20개, 중견기업, 지방상의 회장단 70여 명 등 120명 정도가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놓고 재계 관계자는 “수레 끌채는 남쪽으로, 수레바퀴는 북쪽으로 간다는 ‘남원북철’이자 ‘답정너(답은 정해졌으니 넌 대답만 하면 돼)’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고 일갈했다.
정부의 경제 정책 기조는 한 치 흔들림이 없는데 재계 총수와 최고경영자(CEO)들이 무슨 건의를 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소통’이라는 명분으로 생존 경쟁에 여념 없는 재계 고위관계자들이 줄줄이 정치권 인사들과 경제부처 장관들의 호출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청와대 신년회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4대 그룹 총수가 초청됐고, 이낙연 국무총리는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을 찾았다.
이어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재계와의 만남을 추진 중이다.
경제부처 장관들도 대통령 뜻을 확인한 만큼 기업 현장 방문을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재계가 오히려 피로감을 호소할 정도다. B기업 관계자는 “정부와 여당이 이렇게 노력해도 대기업이 안 움직인다는 비난이 나올까 우려될 정도”라고 털어놨다.
특히 정부 일정은 갑작스럽게 잡히는 경우가 많다. 그럴 경우, 기업 총수나 CEO들은 종전에 잡았던 비즈니스 일정을 취소하거나 조정해야 한다.
해외 출장이 빈번한 기업 총수나 CEO들 입장에선 여간 난처한 일이 아니다. 15일 문 대통령과 기업인의 만남 역시 13일까지도 정확한 시간이 통보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