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대한민국 ‘GREAT Korea’] 국경 사라진 '인재영입 전쟁'… 기업 미래 가른다

입력 2019-01-14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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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6일(현지시간)미국 실리콘밸리 마운티뷰에 위치한 삼성 리서치 아메리카에서 열린 ‘테크포럼 2018’에서 김현석 삼성전자 CE부문 사장이 현지 우수 인재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가치의 시작점인 ‘만남’을 주제로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삼성전자
▲지난해 11월 6일(현지시간)미국 실리콘밸리 마운티뷰에 위치한 삼성 리서치 아메리카에서 열린 ‘테크포럼 2018’에서 김현석 삼성전자 CE부문 사장이 현지 우수 인재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가치의 시작점인 ‘만남’을 주제로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삼성전자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선대 회장은 평생 ‘인재 제일주의’원칙을 고수했다. 인사가 성공하면 기업은 당연히 성공한다는 확고한 철학을 지닌 사람이었다.

1957년부터 공채를 시작한 삼성은 이 회장이 회사 규모가 커져 일일이 신입사원들을 만나볼 수 없게 되기 전까지는 직접 면접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역시 “우수한 사람 한 명이 천 명, 만 명을 먹여 살린다”며 우수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지난 2003년 제2의 신경영을 선포하면서 ‘천재경영’을 화두로 내세웠다.

그는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 바로 ‘천재’의 예라며, 천재가 세 명만 있어도 삼성은 물론 한국 경제가 차원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빌게이츠와 스티브 잡스 전 애플 CEO는 만 명이 아니라 지구촌 70억 인구의 삶을 바꿔 놨다.

올해 우리나라 기업들의 경영환경은 녹록지 않다. 이럴 때 일수록 필요한 것이 바로 인재다. 날로 고도화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초격차 인재를 찾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을 살펴본다.

◇ 韓 산업계, 인재가 사라져간다= 삼성전자에서 전무를 지낸 A씨는 중국 화웨이의 반도체 설계 자회사 ‘하이실리콘’ CTO(최고기술책임자)로 갔다. A씨는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10나노 기술 개발의 주역이다.

화웨이가 당시 삼성전자 고위 임원을 CTO로 영입하자 업계 관계자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수십억 원을 주고 스카우트해가니 막을 도리가 없었다는 후문이다.

A씨 사례처럼 중국 기업들은 국내 기술인력 모시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SK하이닉스·LG디스플레이 등 한국의 글로벌 IT기업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삼성전자가 중국 반도체 업체로 이직한 것으로 알려진 전직 임원에 대해 최근 소송을 제기한 것은 이런 위기감의 표현이다. 문제는 소송도 한계가 있다는 데 있다. ‘2년 전직 금지 약정’을 근거로 소송을 해도 헌법상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반대 논거 탓에 패소하는 경우가 많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고 반도체 기술을 지키기 위해 퇴직 임원 관리에 각별히 신경을 쓴다. 서울대학교 등 대학에 연구교수 자리를 만들어 예우하기도 하지만 역부족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인재에 대한 처우 개선은 물론, 퇴직한 고경력자들도 재취업할만한 곳이 있는 생태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 ‘초격차 인재’ 잡아라…실리콘밸리로 날아간 사장님= 조성진 LG전자 부회장과 박일평 CTO는 지난해 11월 미국 실리콘밸리 출장길에 올랐다. 일주일 간 인공지능(AI)·로봇·빅데이터·클라우드·자율주행·5G 등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 활약하는 박사급 인재들을 두루 만났다.

조 부회장은 LG전자의 신성장 동력 비전 등을 소개하며 인재 영입에 적극 나섰다. 삼성전자 역시 매년 실리콘밸리에서 우수 인재들을 초청해 IT업계 미래 혁신기술에 대해 논의하는 ‘테크포럼’을 열고 있다.

지난해에는 소비자가전(CE) 부문장인 김현석 사장과 노희찬 경영지원실 사장, 데이비드 은 삼성넥스트 사장 등이 참석했다. 실리콘밸리 인재들에게 삼성의 비전을 제시해 우수 인재를 영입하기 위한 행보다.

SK그룹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6월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 CEO 등 최고경영진과 임원 50여 명이 미국 실리콘밸리로 출동했다. SK 관계자는 “SK 최고경영진이 4차산업혁명과 미래 먹거리 발굴에 힘을 보탤 글로벌 핵심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미국으로 날아 갔다”고 밝혔다.

◇ 경제계에 부는 순혈주의 타파·S급 인재 등용= 대기업들은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순혈 주의를 깬 과감한 인재 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그룹 총수에 오른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LG화학 신임 대표이사 부회장에 3M 출신 신학철 수석부회장을 영입했다.

순혈주의 문화를 이어오던 LG에선 이례적이다. 구 회장은 ㈜LG의 사업 포트폴리오 전략을 담당하는 경영전략팀 사장에 올해 50세인 홍범식 전 베인&컴퍼니 코리아 대표를 앉혔다.

또 지주사 내에 자동차부품팀을 신설하고 한국타이어 연구개발본부장인 김형남 부사장을 팀장으로, 상무에 김이경 이베이코리아 인사부문장을 인사팀 인재육성 담당 상무로 영입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도 BMW 출신인 알버트 비어만 차량성능담당 사장을 연구개발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외국인 임원을 연구개발본부장에 앉힌 건 이번이 처음으로, 순혈주의를 깬 파격 인사다.

비어만 사장이 연구개발본부장을 맡으면서 차량 개발 및 상품의 주요 보직은 모두 외국인들이 맡게 됐다. 이미 지난 10월 인사를 통해 토마스 쉬미에라 부사장은 상품전략본부장에, 루크 동커볼케 부사장은 현대차 디자인최고책임자(CDO)에 올렸다.

지난해 재계 인사에서는 교수 출신 S급 인재 등용도 많았다. SK하이닉스 신임 대표이사로 임명된 이석희 사장은 2010년부터 2013년까지는 카이스트(KAIST) 전기및전자공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미국 반도체회사 인텔에서는 ‘인텔 기술상’을 3회나 수상한 스타급 연구원이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6월 AI 연구 역량 강화를 위해 AI 분야 세계적 권위자인 세바스찬 승 프린스턴대 교수와 다니엘 리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를 영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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