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은 브렉시트 합의안을 놓고 야당은 물론 여당인 보수당에서도 거부 반응이 크다며 메이 정권이 대패를 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합의안이 의회 관문을 넘으려면 하원의원 650명 중 하원의장 등 표결권이 없는 인원을 제외한 639명의 과반인 320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부결되면 메이 총리는 합의안을 수정해 3개회일 안에 이른바 ‘플랜 B’를 제시해야 한다. 아무런 합의 없이 EU에서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로 다가오는 가운데 브렉시트 연기나 제2국민투표, 조기총선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놓고 정치권이 분열하면서 일대 혼란이 빚어질 전망이다.
영국은 지난 2017년 3월 EU 탈퇴의사를 공식 통보했다. EU 헌법 격인 리스본조약 50조에 따르면 영국은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2년 후인 올해 3월 29일 자동으로 EU에서 탈퇴하게 된다.
앞서 EU와 영국은 협상을 시작한지 약 17개월 만인 지난해 11월 최종 탈퇴협정문을 도출했으며 브렉시트 이후 양측이 어떤 관계를 구축할지 내용을 담은 ‘미래관계 정치선언’에도 합의했다. 이들 합의안은 영국과 EU 의회 비준동의를 거쳐야 효력이 발생한다.
그러나 노동당과 스코틀랜드국민당(SNP), 자유민주당 등 야당이 일제히 반대 의사를 밝힌 상태이며 보수당 내부에서도 EU와의 완전한 분리를 부르짖는 브렉시트 강경파 의원들이 합의안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EU 지도부는 14일 영국 하원의 합의안 가결을 호소하는 서신을 보내 메이 총리를 후방 지원했다. 장-클로드 융커 EU집행위원장과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공동명의 서한에서 합의안이 하원을 통과하면 영국과의 통상협정을 조기에 체결, 아일랜드 국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안전장치’가 실시되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브렉시트 강경파들을 달래려는 의도이나 북아일랜드민주연합당(DUP)과 보수당 내 강경파들이 이를 즉각 거부했다고 FT는 전했다.
WSJ는 영국 정부가 요청하고 다른 EU 27개 회원국이 승인하면 브렉시트가 수개월 더 연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메이 총리는 14일 잉글랜드 중부 스토크-온-트렌트 지역을 방문한 자리에서 “합의안 통과에 실패하면 브렉시트가 아예 무산될 우려가 있다”며 “의회는 2016년 국민투표 결과를 존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