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국제 오토쇼, 1월 개최는 올해가 마지막...내년부터는 6월 개최

입력 2019-01-15 17:40 수정 2019-01-15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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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국제 오토쇼가 열리는 디트로이트 ‘코보센터’ 앞 풍경. 블룸버그
▲북미 국제 오토쇼가 열리는 디트로이트 ‘코보센터’ 앞 풍경. 블룸버그
지난 30년 간 매년 1월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리던 북미 국제 오토쇼가 내년부터는 여름철인 6월에 개최된다. 행사 참가자들이 현지의 강추위와 싸워야 하는 데다 많은 자동차 업체들이 비슷한 시기에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쇼 ‘CES’에 미리 참가해버리면서 행사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기 때문이다.

25년 전부터 매년 북미 국제 오토쇼에 참석해왔다는 도요타자동차 북미 법인장인 짐 렌츠 사장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매년 1월 열리는 이 행사 때문에 수년에 걸쳐 방한 장비를 연구했다”고 말했다. 그가 이 행사에 올 때마다 애용하는 게 스키 부츠 건조기다. 그는 발목까지 오는 눈과 진창이 된 도로를 걷기 위해 콘센트에 꽂으면 온풍이 나오는 스키 부츠를 일부러 구입했다고 한다.

그는 2009년 행사가 가장 추웠다고 기억한다. 그 해는 미국 자동차 빅3인 제너럴모터스(GM)과 크라이슬러가 파산보호를 신청하기 불과 몇 달 전이었다. 그는 “당시 호텔방 실내 온도가 10도 이상 오르지 않았다”며 “온수도 나오지 않아 커피 메이커에 물을 데워 세수를 했다”고 회상했다.

행사가 열리는 코보센터는 디트로이트 강가에 위치해 있어 바람이 유독 거세다. 이런 곳에서 많은 사람과 대화를 하고 언론 응대를 하다 보면 감기는 피할 수 없는 현실. 행사가 끝날 무렵이면 대부분의 참가자가 감기에 걸리기 때문에 급기야 ‘코보 감기’라는 은어도 생겼다고 한다.

1세기 이상의 역사를 가진 북미 국제 오토쇼가 1월에 열리게 된 건 1970년대 중반부터다. 고객의 발길이 뜸해지는 겨울철 자동차 판매를 촉진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였다. 행사가 자리를 잡으면서부터는 미국 대통령과 유명 인사들도 얼굴을 내밀었고, 자동차 업체들이 전시에 수백만 달러를 쏟아 부어 새로운 모델을 겨루는 장이었다. 행사가 정점을 찍었던 2004년에는 79가지 새로운 모델이 발표되기도 했다.

하지만 정보기술(IT)이 모든 산업을 아우르는 핵심으로 자리잡으면서 국제 오토쇼로서의 위상이 급격히 퇴색했다는 평가다. 올해 발표되는 신모델은 30여가지에 불과하다. 주최 측이 예상하는 언론인 참가자 수도 4500명으로 2008년 5500명에서 크게 줄었다. 자동차 업계 참가자 수도 약 3만5000명으로 사상 최고였던 약 4만 명에서 줄었다.

심지어 일부 자동차 업체는 올해 참가를 건너뛰었다. 독일 고급차 브랜드 메르세데스 벤츠와 아우디, BMW를 비롯해 유럽 업체들이 대거 불참했다. 바로 전 주에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 박람회 ‘CES’에서 중요한 발표를 끝낸 탓이다.

북미 국제 오토쇼 주최 측은 여름으로 행사 일정을 옮기면 자동차 업체들이 야외에도 전시를 할 수 있어서 날씨 걱정 없이 신모델 시승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매년 빠짐없이 참가해온 업체 일각에선 심경이 복잡하다. 1월 개최가 마지막이라고 하니 마치 한 시대가 막을 내리는 것 같은 씁쓸함 때문이다. 25년 간 행사를 찾았다는 독일 폭스바겐 미국 법인의 스캇 키오 최고경영자(CEO)는 “모두가 (겨울) 디트로이트와 날씨에 대해 불평만 한다”며 “그래도 누구나 얼굴을 내미는 전통적인 행사 중 하나였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6월은 햇볕이 따사롭고 아름다운 새가 지저귀는 계절일지는 모르지만 중요한 건, 예전과 같아질 수 없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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