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대구은행에 따르면 대구은행 임추위는 18일 오후 4시로 미뤄졌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은행 내·외부 여러 의견을 청취·수렴하기 위해 연기했다”고 했다.
DGB금융 자회사최고경영자추천후보위원회(자추위)가 11일 김 회장을 대구은행장 후보로 추천하자 안팎에서 비판이 이어졌다. DGB금융 자추위는 “대구은행에서 추천한 후보자 2명 등 6~8명의 역량과 은행장으로서의 자질을 종합적으로 심의한 결과 채용비리, 비자금, 펀드 손실보전 관련 등으로 마땅한 후보자를 찾기 어려웠다”고 했다.
대구은행 일부 경영진과 제2노조는 강하게 반발했다. 김 회장이 취임 뒤 수차례 강조했던 ‘회장과 행장직 분리’ 약속을 깼다는 것이다. 하지만 속사정을 살펴보면 간단하지 않다. 지난해 6월 취임한 김 회장은 2011년 DGB금융그룹 출범 이후 첫 외부 출신 인사다. 1978년 외환은행에 들어와 하나금융지주 최고인사책임자 부사장, 하나은행 고객지원그룹 총괄 부행장, 하나생명 대표이사 등을 지냈다. 경북고와 연세대 경영학과를 나왔다. 제2노조는 부점장급 이상 직원으로 이뤄진 노조로, 100명도 채 안 된다. 제1노조는 약 2200명이 가입돼 있다.
이번 갈등의 뿌리에는 ‘출신 학교’ 파벌 싸움이 발단이 됐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김 회장 취임 이후 지난해 7월 인사에서 물러난 임원 11명 중 9명이 대구상고·영남대 출신이다. 이른바 박인규 전 회장 겸 대구은행장인 ‘박인규 라인’으로 분류된다. 현재 대구은행 임추위에 속해 있는 서균석·김진탁·김용신·이재동 사외이사 모두 박 전 회장 시절 선임됐다. 이재동 이사를 제외한 3명은 모두 영남대 학사 또는 석사 출신이다. 박 전 회장이 심어놓은 인사들이 ‘기득권 지키기’에 들어갔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당국은 우선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애초 김 회장이 회장과 행장직 분리를 약속했지만 예전 임원들이 모두 채용 비리나 수성구청 펀드 손실 사건에 연루돼 있어 풀이 없었던 것 같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주사이지만 은행이 대부분을 차지하면 지배구조를 다르게 볼 필요가 있다”며 “금융회사 인사에 개입할 권한은 없다”고 했다. 당국으로선 자칫 한쪽 편을 드는 것처럼 보일 우려가 있어 신중하다는 분석이다.
현재 KB·신한·하나·농협·우리금융지주 등 5대 금융지주사 가운데 지주사 회장이 행장을 겸하는 곳은 우리금융 한 곳뿐이다. 금융당국은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하기 위한 차원에서 회장·행장 분리를 요구해왔다. 행장직을 겸하던 윤종규 KB금융 회장도 이러한 당국 분위기에 2017년 허인 행장에게 직을 넘겼다.
회장이 행장을 겸하는 우리금융은 지주사 출범 초기라는 명분이 있다. 현재 지주 자산 기준 우리은행 비중은 99% 이상이다. 다만 DGB금융은 그동안 ‘제왕적 지배구조’로 비판을 받아와 회장과 행장직을 겸직할 명분은 약하다.
대구은행 임추위는 18일 김 회장의 대구은행장 겸직 여부를 결정한다. 부결 시 대구은행 주식 100%를 보유한 DGB금융이 주주제안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 아니면 임추위에 속한 사외이사 4명 중 3명이 3월 임기를 마칠 때까지 기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박 전 행장이 사퇴한 이후 대구은행장이 벌써 10개월째 공석이라는 점이 부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