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딜 브렉시트’ 우려 가시화…국내 산업계 복잡한 셈법

입력 2019-01-16 17:54 수정 2019-01-16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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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중공업계 피해 우려…수출 비중 낮아 영향 제한적 전망도

영국과 유럽연합(EU)의 브렉시트(Brexit) 합의안 부결로 ‘노딜(No-deal) 브렉시트’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내 기업들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수출비중이 높은 중공업계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오는 반면, 영국 수출 비중이 적어 생각보다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영국 하원은 15일(현지시간) 영국 정부와 EU가 합의한 EU 탈퇴협정을 부결했다.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브렉시트 예정일인 3월 29일 이후 한국과 영국 간 무역에 더는 한-EU 자유무역협정(FTA)이 적용되지 않는다.

16일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단에 따르면 영국에 수출하는 한국기업은 2017년 기준 3824개, 수출액은 81억2000만 달러(약 9조1074억 원)다. 노딜 브렉시트 후 영국이 EU의 현행 최혜국대우(MFN) 관세 수준을 그대로 적용한다면 영국에 수출하는 2948개 품목 중 74.2%, 2186개 품목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수출금액 기준으로 31억6000만 유로(약 4조414억 원), 2017년 기준 영국이 한국 제품을 수입한 금액의 66.0%에 달하는 규모다.

당장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곳은 국내 중공업계다. 승용차, 선박, 항공기부품, 자동차부품은 영국 전체 수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영국 수출 주요 품목 비중은 해양구조물(32.2%), 승용차(18.6%), 선박(10.4%), 항공기부품(4.6%), 자동차부품(3%), 건설중장비(2.4%), 축전지(1.8%), 무선전화기(1.5%), 합성수지(1.2%), 타이어(1.2%) 등의 순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영국으로 수출 시 한-EU FTA에 따른 특혜관세를 적용받고 있다. 이에 따라 EU와 자유무역협정을 맺지 않고 있거나 발효 전인 미국·중국·일본 등의 역외국 수출품 대비 가격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러나 영국이 브렉시트 이후 우리와 수출품목이 겹치는 EU 역외국가와 FTA를 체결할 경우 현재와 같은 가격우위를 유지하기 힘들 가능성이 높다. 영국의 무역작업반 목록에 자동차ㆍ선박ㆍ기계류ㆍ윤활유 등 우리 주력 수출 품목의 경합국인 중국ㆍ일본ㆍ미국이 포함되면서, 영국 시장에서 우리 수출품과의 경합이 예상된다.

영국은 한국 등 별도 무역협정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에 세계무역기구(WTO) 규범에 따라 EU의 대외공통관세인 MFN 관세를 적용한다. 코트라에 따르면 한국의 대(對) 영국 수출 상위 30개 품목 가운데 자동차(10%), 테레프탈산(6.5%), 타이어(4.5%), 폴리에스터 섬유(4%), 자동차용 브레이크(4%), 자동차용 휠(3.8%), 연산축전지(3.7%), 자동차 부품(3.7%) 등의 관세율 상승이 전망된다.

자동차의 경우 대외공통관세가 10%임을 감안할 때, 향후 일본 자동차 기업과 영국시장을 두고 치열한 경쟁구도가 예상된다.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미국의 영국내 자동차 점유율을 비교하면, 2017년 기준 1500~2500cc 자동차는 일본(4위), 한국(6위), 미국(21위) 순으로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1500~3000cc 자동차는 일본(4위), 한국(11위), 미국(17위), 중국(22위) 순이다. 가격 형성에 따라 우리나라 자동차의 영국 시장 점유율이 변화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EU FTA가 발효되면서 일본 경쟁업체 대비 가격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영국과 일본이 경제연대협정(EPA) 수준의 무역협정을 체결할 경우 경쟁이 심해질 수 있다”며 “특히 마쓰다, 스즈키와 같은 유럽 내 생산거점 없이 일본 본토에서 직수출하는 일본 자동차 브랜드의 시장 진출이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영국과의 교역이 전체 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어 큰 피해는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1∼11월 기준 영국 수출은 54억4000만 달러(약 6조1031억 원)로 우리나라의 전 세계 전체 수출의 0.98% 수준이다.

국내 조선업계 관계자는 “영국 국적 해운사가 많지는 않다. 영국 해군 물량들은 마무리돼서 나갔고, 해양구조물도 북해 들어가는 것들은 마무리가 됐다”며 “이번 브렉시트와 관련해 조선사들이 크게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선박은 원래 무관세 품목으로 보면 된다”며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어서 하는 게 관례라 한국 선박회사가 발주해도 등록되는 곳은 파나마 등이다”라고 덧붙였다.

자동차 업계도 노딜 브렉시트를 예의주시하고는 있지만, 크게 우려하는 모습은 아니다. 국내 완성차 기업 관계자는 “영국의 현지 점유율이 5% 내외로, 유럽 시장 점유율은 보통 3~5% 내외”라며 “유럽의 경우 보통 유럽 공장에서 생산해서 영국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브렉시트를 한다고 해도 다른 제조사와 같은 조건이라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현지 공장이 많은 국가라고 하면 다른 메이커와 차별이 되겠지만, 영국 내 공장을 보유한 글로벌 메이커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실적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IT 품목의 경우 정보기술협정(ITA)에 의해 이미 무관세화되어 있는 품목(컴퓨터, 휴대전화 등)이 많아 영국이 제3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더라도 그 영향이 크지 않으리라고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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