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핀테크 활성화를 위해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금융실명법)’ 개정을 추진한다. 계좌 개설 시 본인 확인 절차가 복잡해 비대면 영업 확대를 막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16일 금융위에 따르면 현재 금융실명법이나 시행령에 핀테크 등 제4차 산업혁명 관련 예외조항을 넣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 비대면 실명 확인 절차가 까다로워 금융실명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며 “보다 빠른 방법으로 유권해석을 유연하게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우선 금융위는 2015년 허용한 비대면 실명 확인 방식을 확대하거나 간소화할 방침이다. 금융회사는 현재 크게 5가지 비대면 방법으로 본인임을 확인한다. 신분증 사본과 영상 통화, 일회용 비밀번호(OTP) 등 접근 매체 전달 확인, 기존 계좌 활용, 생체인증 등의 방식이다.
금융회사는 이 가운데 2가지를 필수로 선택해야 한다. 휴대전화 인증과 다른 개인정보 검증 등 2가지 방법은 추가로 사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예컨대 케이뱅크의 경우 휴대전화 인증을 거친 뒤 신분증 사본을 찍어서 받는다. 그 뒤 신분증을 들고 직원과 화상통화를 하거나 자신의 기존 계좌로 인증번호를 받아 입력하는 절차를 거친다.
금융실명법은 불법·탈법 목적의 차명거래를 막기 위해 1993년 도입됐다. 관련 시행령에 따르면 계좌를 열려면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등 신분증이나 실명 확인이 가능한 서류 등으로 본인 확인을 해야 한다. 2015년 이전에는 은행 창구 직원이 신분증을 보고 얼굴을 직접 확인했다.
금융위가 팔을 걷어붙인 이유는 금융실명법이 비대면 영업 중심의 4차 산업혁명 흐름과 다르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시중은행은 대학교 학생증 체크카드 발급이나 급여 통장 등 신규 계좌를 대량 개설할 때 은행에서 영상통화를 할 수 있는 직원이 제한돼 있어 대응이 늦어지기도 한다. 결국 고객은 비대면이 아닌 직접 영업점에 방문할 수밖에 없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금융실명제법이 아예 사라지면 비대면 영업이 굉장히 편해진다”며 “인증 수단을 줄이는 대신 비실명 차명계좌를 이용한 부작용을 없애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핀테크 업체들도 “금융실명법 개정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토스 등 간편결제 송금업체는 해외 송금을 해도 고객 계좌정보가 없어 송금할 때마다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들 업체를 금융기관 범위에 넣거나 금융실명법을 바꾸거나 없애야 한다.
금융위는 이와 함께 전자금융거래법 관련 규정도 일부 손보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OTP나 지문 등 접근 매체 발급 시 관련 감독규정에 따라 신분증 등 실명 확인을 거쳐야 했다. 앞으로는 휴대전화 등 다양한 인증 방식이 가능해진다.
권대영 금융혁신기획단장은 이날 열린 ‘핀테크 현장간담회’에서 “간편 본인 확인 방식을 하려고 상당히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카드업계도 반기는 분위기다. 카드사 관계자는 “생체인증을 통한 간편결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실명 확인을 간소화하는 게 카드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