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진출을 가속하는 제약업계가 정부의 실질적인 지원을 강력히 요구했다. 업계는 제약산업이 미래 국책산업으로 제대로 자리매김하면 2025년 글로벌 매출 1조 원의 국산 신약이 탄생하는 것은 물론 반도체 산업을 뛰어넘는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은 17일 오전 서울 방배동 제약회관에서 신년 기자간담회를 갖고 “제약산업이 미래 성장동력 산업이라는 사회적 분위기는 형성됐으나 정부의 실질적인 지원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원 회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우리 제약산업이 국가 주력산업임을 선언해 주길 바란다”며 “정부 최고 결정권자의 의지가 담긴 한 마디만으로 엄청난 파급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미래형 신산업 중 하나로 제약산업 지원을 100대 국정 과제로 선정하는 등 육성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실제 업계 연구·개발(R&D) 투자 대비 정부 지원은 8%대에 불과해 제약 선진국인 미국(37%)이나 일본(19%)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특히 국산 신약에 대한 낮은 성과 보상 체계 등으로 업계의 정부 지원 체감도는 더욱 낮은 것이 현실이다. 업계는 정부의 주도적인 지원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제약산업은 내수 경쟁이 더욱 심화하고, 그로 인해 리베이트 등 부작용이 근절될 수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원 회장은 “제약산업이 지닌 국부 창출 잠재력이 1400조 원 규모의 세계 제약시장에서 대폭발할 수 있도록 뇌관을 터뜨려 달라”고 정부에 거듭 주문하며 “건전한 산업 육성을 위해 보다 강력한 실천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제약산업은 국가의 강력한 규제 속에서도 2000년대 이후 집중적인 R&D 투자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정도로 발전했다. 협회에 따르면 현재 국산 신약을 개발한 국내 제약사가 21곳, 글로벌 제약사에 신약 개발 기술을 수출한 제약사가 49곳으로 집계됐다. 또한, 선도물질부터 임상 3상까지 진행 중인 합성·바이오신약 파이프라인이 최소 573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뒷받침될 경우 반도체 산업을 뛰어넘는 성과를 낼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원 회장은 “정부와 제약업계가 함께 노력하면 2025년 글로벌 매출 1조 원의 국산 신약이 탄생하고 2030년에는 매출 10조 원대 국내 제약사가 출현하며, 2035년 의약품 수출 100조 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협회는 민·관 협치 실현을 위해 올해 △신약 개발 효율성 제고 △글로벌 시장 진출의 획기적 성과 촉진 △일자리 창출 역량 극대화 △제약산업에 대한 국민 신뢰 제고 등 4대 목표를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먼저 민·관 공동출연 인공지능(AI) 신약 개발 지원센터를 설립하고, 연구중심 병원과 바이오클러스터, 제약사를 연결하는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생태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바이오의약품을 비롯한 국산 신약·개량신약·우수 제네릭 의약품의 세계 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협의체를 가동하고, 정부간 채널(G2G)을 통한 수출 지원과 우호적인 현지 투자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한편 지난해 발사르탄 사태로 불거진 공동생동성시험 개선 방향에 대해서는 기존의 ‘1+3’ 방식 추진을 재차 확인했다. 1+3 방식은 공동생동 허용 품목을 원래 제조업체 1곳과 추가 3곳으로 제한하는 것이다. 공동생동 전면 금지 대신 축소 절차를 통해 제네릭 품목 난립을 점차 줄여나가겠다는 취지의 개선안이다.
원 회장은 “협회는 발사르탄 사태 이전부터 공동생동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1+3 방식의 단계별 축소안을 내놨다”면서 “공동생동을 폐지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 하더라도 중소제약사 등에 미칠 충격 등을 고려해 이같이 제안했으며, 식약처도 이를 받아들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