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그만두겠습니다”...일본서 3만엔짜리 퇴직 대행 서비스 인기

입력 2019-01-17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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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에서는 회사에 퇴직 의사를 대신 전달해주는 ‘퇴직 대행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7일 보도했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인력난과 그로 인해 열악해진 근로 환경 등 일본 노동시장의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2017년 5월 문을 연 퇴직 대행 서비스 업체 EXIT의 오카자키 유이치로 공동 대표는 신문에 “한 달에 300건 가량의 문의가 들어온다”고 말했다. EXIT의 주요 서비스는 의뢰인의 직장에 퇴직 의사를 대신 전달해주는 것이다. 의뢰인으로부터 회사 인사 담당자 이름과 연락처를 받아 의뢰인 대신 전화 등으로 회사에 퇴직 의사를 알린다. 이 과정이 끝나면 의뢰인이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하는 식이다. 의뢰인 입장에서는 한 번도 회사에 가지 않고, 상사나 동료와 대면 없이 퇴사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이외에 의뢰인이 회사 기숙사에서 생활했을 경우의 퇴실 절차와 연차 수당, 퇴직금 수령 절차도 대신해준다. 요금은 정규직 퇴사 시 5만 엔, 아르바이트나 파트타이머는 3만 엔이다.

EXIT 대표는 “일본에서는 퇴직이나 전직이 나쁜 이미지를 갖게 하는 경우가 아직 많다”며 그게 이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라고 전했다. 회사를 그만 둘 때 상사나 인사 담당자가 말려서 붙잡히는 경우도 있고, 직접 얼굴을 보고 퇴직 의사를 밝히기가 곤란한 게 사실이다. EXIT 관계자는 “그 고통을 경험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감안하면 5만 엔이란 비용이 결코 비싼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본 총무성의 노동력 조사에 따르면 2017년의 전직 희망자는 약 820만 명이지만 실제로 전직한 경우는 약 270만 명에 그친다. 국제적으로 봐도 일본은 인재 유동성이 낮다. 독립행정법인 노동정책연구·연수기구가 작성한 ‘데이터북 국제노동비교 2018’에 따르면 10년 이상 근속한 직원의 비율은 44.5%로 미국에 비해 15%나 높다.

퇴직 대행 서비스를 가장 많이 이용하는 업종은 보육과 간호, 서비스업 등 인력난이 가장 심각한 업종이다. 업무 내용 자체에 대한 불만은 없지만 근로 시간이나 인간 관계로 고민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 이용자가 많다고 한다. 일손 부족으로 취업 환경이 악화해 퇴직 의사를 밝히기 어렵거나 강하게 만류하는 바람에 상담하러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시장성이 부각되면서 리크루트 업체들도 이 퇴직 대행 서비스에 뛰어들고 있다. UZUZ는 작년 12월부터 사회 초년생인 20대 직장인을 주요 타깃으로 퇴직 지원 서비스 ‘리스타트’를 시작했다. 무료로 상담을 해 주고 희망하는 사람에게 퇴직 대행자를 붙여준다. 대행업자를 쓰지 않더라도 퇴직 상담은 해준다. UZUZ 가와바타 쇼타로 전무는 “이용자의 절반 이상이 근속 기간이 반년이 안된다”며 “퇴직 절차를 몰라 일단 의뢰부터 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리쿠르트 업체의 장점은 퇴사나 전직 상담과 함께 바로 구인업체를 소개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EXIT의 경우, 의뢰자가 자사가 소개해주는 업체로 이직한 경우에는 퇴직 대행 서비스 이용료를 환불해준다.

변호사들 사이에서도 퇴직 대행 서비스 사업에 대한 흥미가 높아지고 있다.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해주는 것은 물론 퇴직금 협상도 대신해준다. 회사에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 법적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에도 대행해준다. 비용은 6만5000엔이지만 사안에 따라서는 착수금 100만 엔과 성공 보수 20%를 요구하기도 한다.

그러나 퇴직 대행 서비스 이용에 따른 우려도 있다. UZUZ의 가와바타 전무는 “대리인을 사용하면 편하지만 앞으로의 경력이나 이직을 생각하면 퇴직 대행 서비스를 이용하는 게 바람직한 방법은 아니다”라며 “스스로 절차를 밟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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