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피플] 신민희 한국거래소 배출권시장팀장 “시장 메커니즘 활용 온실가스 감축 유도”

입력 2019-01-17 17:20 수정 2019-01-17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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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로만 인식하던 환경정책, 기업 투자 유도 플랫폼 역할…시장 정착되면 개인·외국인·금투업계에 개방

▲신민희 한국거래소 파생상품시장본부 배출권시장팀장은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스마트하고 효율적으로 한국의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승현 기자 story@
▲신민희 한국거래소 파생상품시장본부 배출권시장팀장은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스마트하고 효율적으로 한국의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승현 기자 story@
삼천리 금수강산. 더 이상 대한민국을 지칭하는 용어가 아니다. 서울의 여름은 아프리카보다 덥고 겨울은 시베리아보다 춥다. 사계절 내내 하늘을 뒤덮는 뿌연 미세먼지로 마스크를 챙기지 않는 날이 더 적다. 이상현상의 주요 원인, 그중 하나로 지구온난화가 꼽힌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은 요즘 한국거래소에서 신민희 파생상품시장본부 배출권시장팀장을 만났다. 신민희 팀장은 “더 나은 자연을 후손에게 물려주는 것이 우리의 의무이자 책무”라며 “한국거래소는 정부와 함께 ‘배출권 거래제’라는 시장 메커니즘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을 효율적으로 해결하고, 환경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한국거래소는 2015년부터 배출권시장을 개설해 운영해 오고 있다. 배출권거래제는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배출권을 정부가 기업들에 할당하는 제도다. 배출권을 할당받은 기업들은 의무적으로 할당 범위 내에서 온실가스를 사용해야 한다. 남거나 부족한 배출권은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다. 매매거래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2시간이다.

탄소배출권 거래는 쓰레기봉투를 생각하면 쉽다. 100리터 전용 쓰레기봉투에 쓰레기를 다 담을 수 없는 기업은 봉투를 하나 더 사야 한다. 반면 90리터만 사용한 기업은 돈을 받고 다른 기업의 쓰레기를 담아주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배출권 거래는 남은 10리터를 시장에 맡겨 거래를 한다는 점이 다르다.

신민희 팀장은 “온실가스라는 환경문제를 시장 메커니즘을 통해 효율적으로 해결하는 것”이라며 “규제 수단으로만 인식됐던 환경 정책에서 벗어나 기업의 투자를 유도하는 플랫폼의 역할을 배출권시장이 담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기업들은 온실가스 배출을 저감하기 위해 기술을 개발하고 이는 다시 온실가스 배출 저감 비용을 낮추는 선순환 구조”라고 덧붙였다.

국제사회는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2015년 UN기후변화협약 파리협정을 채택했다. 산업화 이전 수준 대비 지구의 평균 온도가 2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온실가스 배출량을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협정이다. 한국도 2016년 97번째 파리협정 비준 국가가 되면서 2030년까지 온실가스배출량을 37%(약 3억1000만 톤) 감축해야 한다.

현재 배출권시장에 참여한 회원사는 600개사 남짓이다. 관련 법률에 따라 최근 3년간 온실가스 배출량이 연평균 12만5000톤 이상인 기업은 의무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삼성전자, 포스코, 한국전력 등 규모가 큰 유가증권 상장사가 많은 편이다. 파리협정 참여국들은 자발적으로 국제사회에 목표치(국가할당량)를 제출하고, 제출한 목표치를 바탕으로 기업에 할당하는 방식이다.

그는 “모든 기업이 할당량만큼만 배출하면 사고팔 필요가 없겠지만, 개별 기업별로 배출량 저감 노력의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에 항상 보유 배출권의 과부족 현상이 발생한다”며 “한국거래소가 운영하는 배출권시장은 효율적 거래 수단을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3기로 구성돼 있다. 현재는 2기에 도입해 있는 상태다. 1기에는 탄소배출권 거래제 안착을 위한 배출권시장이 개설됐다. 2기는 온실가스 감축량 확대를 목표로 배출권 유상할당 경매 등이 시행될 계획이다. 2021년부터 시행될 3기에서는 배출권 파생상품시장 개설 및 개인투자자 참여가 허용될 예정이다.

유럽의 경우 배출권시장이 2005년에 도입돼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개인투자자를 비롯해 상품회사, 트레이더들이 참여하고 있다. 선물옵션 등의 파생상품을 이용한 헤지도 활발하다. 미국과 중국, 뉴질랜드도 우리보다 앞서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했다.

신 팀장은 “탄소배출권 시장이 정착되면 제출의무가 없는 개인이나 외국인, 금융투자업자 등 제3자 시장참여가 허용될 것”이라며 “그러나 안착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참여한다면 투기적인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정부는 단계적인 로드맵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안정화 이후 활성화가 목표”라고 밝혔다.

탄소배출권은 주식하고는 거래 방식이 다르다. 주식은 기업이 상장해 종목이 되고 진입과 퇴출이 자유로운 편이다. 그러나 배출권은 상장돼 있는 KAU18, 19, 20(할당배출권), KCU(상쇄배출권), KOC(외부사업감축량) 등 5개 종목에 대해 600개 회원사가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과부족 수량을 매매하는 방식이다. 과부족 기업들이 매매에 참여하기 위해 제시한 매도 및 매수 호가의 가격과 수량을 기준으로 가격이 결정된다.

KOC는 기업이 외부에서 온실가스를 감축하거나 제거한 사업을 정부가 인증해 주는 것이다. 태양광 발전 사업에 참여하거나 나무를 심는 등의 활동 등을 통해 배출량 저감을 인증받으면 배출권시장에 참여할 수 있다. 배출권 할당 업체가 아닌 기업들도 이를 통해 참여할 수 있다.

배출권 가격에 대해 신 팀장은 “기업들의 자발적인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구조에서 수요가 많아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당연한 시장 원칙”이라며 “다만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 인위적인 가격조작 행위 등에 대해 거래소는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짚었다.

거래량은 2월부터 6월 초까지가 가장 많다. 연초 배출권을 할당받은 기업들은 이듬해 6월 30일까지 정부에 정산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남거나 부족한 온실가스를 팔거나 사야 하기 때문에 보고서 제출 마감 직전 거래량이 크게 증가한다.

올해로 4년차를 맞은 배출권시장은 일정부분 성과도 거뒀다. 지난해 126개사가 참여한 배출권시장협의회가 처음으로 출범했다. 탄소배출권시장 발전을 위해 할당 대상업체들 간 의견을 나누고 관련 정책을 당국에 건의하는 기구다.

또 한국거래소는 배출권시장 정보플랫폼을 개설해 정책정보나 시장정보, 가격정보 등을 공유할 수 있는 온라인 채널을 개설했다.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 환경공단, 에너지공단 등 주요 기관과 협력해 탄소배출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한 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신민희 팀장은 “회원사와 정부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는 것이 한국거래소 탄소배출권시장의 중요한 역할”이라며 “아직 3년밖에 안 됐기 때문에 불안한 점도 있고 기업들의 불만도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거래소는 회원사인 할당업체를 비롯해 주무부처인 환경부와 꾸준히 협력해 가교 역할을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거래제라는 좋은 메커니즘을 통해 효율적이고 스마트하게 온실가스가 감축됐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친환경 투자가 세계적인 흐름인 만큼 기업들도 긍정적으로 참여해 배출권 거래제가 잘 정착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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