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륵’이 된 일본 원전산업…‘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신세

입력 2019-01-18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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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타치, 영국 원전 건설 계획 중단에 3조 손실…일본 원전 수출 모두 좌초

▲각 발전원 당 전력 생산 시 들어가는 비용 추이. 단위 미국 센트/kWh. 빨간색:원자력(신규 건설 시), 나머지는 위에서부터 태양광 석탄 가스화력 육상풍력. 출처 니혼게이자이신문
▲각 발전원 당 전력 생산 시 들어가는 비용 추이. 단위 미국 센트/kWh. 빨간색:원자력(신규 건설 시), 나머지는 위에서부터 태양광 석탄 가스화력 육상풍력. 출처 니혼게이자이신문
원자력발전소 건설 산업이 일본에서 ‘계륵(鷄肋)’ 신세로 전락하게 됐다. 아베 신조 일본 정부가 ‘국책산업’으로 적극적으로 후원했던 원전산업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신세가 됐다.

히타치제작소가 영국 원전 신설 계획을 중단하면서 일본의 원전 수출이 모두 좌초하게 됐다고 18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히타치는 전날 이사회에서 원전 건설을 포기하기로 결정하면서 사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한 3000억 엔(약 3조1000억 원)의 손실을 올해 3월 마감하는 2018 회계연도에 계상하기로 했다.

일본은 도쿄전력의 후쿠시마 제1원전 방사능 유출 사고로 안전대책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는 가운데 수출을 통해 원전산업을 회복시키려 했지만 이런 전략이 실패로 끝난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책산업의 구체적인 추진을 민간에 맡기는 ‘국책 민영’의 한계를 일본 정부의 전략이 실패한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정부가 아예 발 벗고 나서서 지원하는 중국과 러시아가 부상하는 가운데 민간기업이 일선에 서는 일본의 방침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히가시하라 도시아키 히타치 사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비용을 민간기업인 히타치가 모두 부담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그의 발언 이면에는 1주일 전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의 한 마디가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메이 총리는 지난 10일 런던에서 아베 총리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원전 신규 건설에 영국 정부의 추가 지원을 요청해온 히타치와 관련해 “민간이 결정해야 할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히가시하라 사장은 “영국 정부에서 새로운 제안이 있으면 계획 동결을 해제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유럽연합(EU) 탈퇴인 브렉시트 문제로 의회와 대립하는 메이 정권이 추가 부담을 떠안을 여력은 없다.

이처럼 ‘국책 민영’ 정책은 세계 원전 시장에서는 무용지물이 됐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경영난에 빠진 프랑스 원자력 대기업 아레바는 프랑스 전력공사인 EDF그룹 산하에 들어갔다. 미국에서는 웨스팅하우스가 파산한 가운데 제너럴일렉트릭(GE)이 원전 사업에서 철수할 것이라는 관측이 끊이지 않는다.

반면 국가 주도의 중국과 러시아 기업은 급부상하고 있다. 2000년 이후 세계에서 가동한 원전 수주 현황을 살펴보면 중국이 33기, 러시아가 15기로, 두 나라가 전체의 과반을 점유하고 있다.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이 포기했던 터키 원전 프로젝트는 러시아 국영기업으로 넘어가 지난해 4월 착공이 이뤄진 상태다. 중국광핵집단(CGN)은 웨스팅하우스의 기술을 바탕으로 독자적으로 원자로를 개발하고 나서 수출에 나섰다.

또 일본에서는 안전성에 대한 우려로 원전 건설이 동결된 상태다. 건설이 진행되지 않으면 안전 관리 노하우가 축적되지 않아 다시 원전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한편 히타치의 영국 원전 건설 계획이 난항을 겪게 된 배경에는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가 있다. 해당 계획이 시작된 2012년에 비해 재생에너지 발전 비용은 크게 줄어들어 계속 늘어나는 원전 비용과의 격차가 커졌다.

일본은 에너지 기본 계획에서 오는 2030년 전체 발전원에서 원전 비중을 20~22%로 하는 것이 목표이나 원전 재가동이 진행되지 않는 상황에서 달성하기가 어렵다. 재생에너지 보급과 원전의 안정적인 전력 공급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찾을지 에너지 정책 재검토가 시급하다고 신문은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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