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이 2020년까지 대구은행장을 한시적으로 겸직한다. 김 회장에게 파열음이 일었던 조직을 추스르고 진정한 DGB금융의 통합을 이뤄내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대구은행 이사회는 18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올린 김 회장의 행장 겸직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10개월째 비어있던 은행장의 경영 공백이 매워졌다. 이사회는 지난해 4월 박인규 전 회장 겸 행장의 불명예 퇴진 이후 이뤄진 '회장ㆍ행장 분리' 결의를 잠시 미뤄두기로 했다.
대구은행 임추위는 "은행장 장기 경영공백 상황의 종결을 통한 조속한 경영 정상화만이 현 위기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임을 공감한다"며 "한시적 겸직체제를 대승적인 차원에서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DGB금융은 대구은행장 선임을 둘러싸고 내홍을 겪어왔다. 당초 대구은행 이사회는 내부 출신을 은행장으로 선임해야 한다며 김 회장의 겸직에 대해 강하게 반대했다. 지주 이사회가 지난해 10월 은행 이사회에만 있던 행장 추천권을 지주도 행사하겠다고 선언하면서 갈등의 골은 깊어졌다. 지주 자추위는 은행 이사회가 후보로 추천한 전직 대구은행 임원들에 대해 결격 사유가 있다며 수용을 거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지역 사회와 일부 은행 임원들을 중심으로 장기간 이어진 행장 공백 사태 수습이 급선무라며 '겸직 지지' 성명이 연이어 나오면서 김 회장의 겸직에 청신호가 커졌다. 대구은행 임추위는 이날 "권력집중 견제방안으로 지주회사에서 밝힌 경영감시시스템 대폭강화, 투명한 인사시스템 구축, 기업문화 개선, 권한위임을 통한 자율경영 체제 구축과 차기 은행장 육성 및 선임계획에 대한 약속을 차질없이 이행해 달라"고 당부했다.
겸직 강행에 대한 대구은행 내부의 반감과 노동조합의 반발은 앞으로 김 신임 행장이 풀어야할 숙제다. 대구은행 노조는 15일 성명에서 "지주 회장과 은행장 겸직은 과거로의 회귀, 지배구조의 후진화를 완성하려는 저의"라며 겸직 추친 포기를 압박했다. 이에대해 김 회장은 "한시적 은행장 겸직 기간 동안 최고의 은행장을 육성 후 미련 없이 자리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오는 29일 주주총회의 결의를 거쳐 대구은행장으로 취임하게 된다. 임기는 2020년 12월 31일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