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중수부가 '대우 구명로비'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20일 조풍언씨 수사와 관련해 범한판토스와 레드캡투어 대주주인 구본호씨를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로 체포,조사중이다. 검찰은 구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구씨는 2006년 부터 증시에서‘투자의 미다스 손’으로 집중 조명을 받아 왔다. 그가 손대는 주식마다 연일 상한가를 쳐왔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증권시장에서는 구씨가 투자하면 무조건 오른다는‘구본호 효과’라는 유행어도 나오며 이에 편승한 개미 투자자들이 구름처럼 몰리기도 했다. 구씨는 2006년부터 2007년까지 주식투자를 통해 2000억원이 넘는 돈을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씨의 주식투자 행태를 보면, 지난해 8월 10일 코스닥시장 시장에서 구씨가 동일철강의 지분의 9.71%(8736주)를 인수한 것으로 알려진 이후 이 회사 주식은 폭등세를 지속했다.
동일철강은 구씨의 주식 매입을 전후해 1년간 최저 주가를 기록했던 2006년 10월 9일 1주당 4만9300원에 비해 무려 2000% 이상 뛰며 지난해 9월에 1주당 110만원을 넘어선 '황제주'가 됐다.
이후 동일철강은 지난해 10월 투자위험종목으로 지정됐으며 또한 동일철강은 당시 9만주에 불과했던 유통주식수를 늘리기 위해 액면가의 10분의 1을 분할하는 과정을 통해 주가가 급락했다.
특히 구씨의 체포 소식이 알려진 21일 동일철강은 하한가로 곤두박질 쳐 1주당 2만9000원까지 떨어졌다. 불과 10개월전까지만 해도 1주당 100만원 이상의 '황제주'위상에서 이토록 급락한 것이다.
구본호씨가 증권가에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2006년 9월 경영참여 목적으로 통합 솔루션 개발업체인 미디어솔루션(현 레드캡투어) 지분을 인수하면서 부터다.
그해 10월 미디어솔루션 최대주주인 임용재씨가 보유 주식 중 85만주(27.61%)를 구본호, 엘지벤처투자주식회사, 윈베스트벤처투자주식회사에게 양도했다. 구씨는 주당 1만9500원씩 쳐서 주식매입자금으로 87억7500만원을 지급했다.
당시 주가가 7300원이던 미디어솔루션 주가는 구씨의 인수소식에 12일 동안 상한가 행진을 계속해 3만8850원으로 올라 이상급등 종목으로 지정됐다. 구씨는 20일만에 이를 팔아 329억원 차익을 남겼다.
이번에 구씨가 체포된 후 검찰 조사결과 재미 무기상인 조풍언씨가 실소유주인 것으로 알려진 중국계 회사 글로리 초이스 차이나는 구씨가 대주주인 여행사 레드캡투어는 2006년 10월 유상증자를 통해 마련한 20만주의 주식을‘글로리 초이스 차이나’에 140억원에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레드캡투어의 주가가 4만원대로 폭등하면서 이 회사는 수십억원대의 차익을 거뒀다. 글로리 초이스 차이나는 조씨가 전환사채 발행을 통해 대우정보시스템 주식 200만주를 헐값인 100억원에 넘긴 회사다.
검찰은 구씨가 글로리초이스차이나를 비롯한 주식거래 과정에서 불법행위를 한 정황을 포착해 체포한 것으로 전해진다.
동일철강, 레드캡투어 등과 함께 구씨가 손을 댄 소프트포럼, 액티패스, 엠피시에 등도 모두 최소 연속 9일 이상 상한가를 기록하며 증시에서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 회사들은 현재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간 증권 전문가들은 구씨의 투자행각과 맞물려 편승 투자에 나서려는 일반투자가들의 각별한 주의를 요구해 왔다.
구씨가 투자했다는 소문만 듣고 뒤늦게 해당 주가의 상투를 잡은 일반투자가들은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
이러한 증권 전문가들의 주장은 구씨 외에도 다음과 같은 사례들이 반증하고 있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의 주가가 100만원을 넘어선 것은 코스닥 거품이 극에 달했던 지난 2000년도에 세 차례나 발생했다. 리타워텍의 주가는 그해 5월 증시 사상 1주당 최대가인 352만원까지 뛰어 올랐다.
핸디소프트도 그해 3월 136만원까지 올라선 적이 있었고 신안화섬은 11월 102만1000원까지 올라선 사례가 있다. 그러나 현재 이 회사들의 주가는 어떻게 됐을까.
리타워텍은 2004년 상장 폐지됐고 이달 20일 현재 종가기준 핸디소프트는 2000원미만, 스탁맥스로 이름이 바뀐 신안화섬은 300원 미만에서 형성되고 있다.즉, 주가 급등에 따라 소액투자자들의 섣부른 편승투자는 위험하다는 얘기다.
그의 물의를 빚는 투자행각이 지난해 집중 조명되면서 검찰과 금융감독원 등은 구씨가 코스닥시장에서 시장 질서를 교란시킨다고 판단해 예의주시해 왔다.
검찰 금융조세조사부에서도 구씨의 동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해왔다. 구씨의 육촌형인 구본무 LG회장도 그의 무리한 투자행각과 관련 지난해 수차례 불러 주의를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검찰은 구씨와 막역한 사이로 알려진 조풍언 씨와의 연루된 정황 포착과 덜미를 잡아 수사의 칼날을 들이대게 된 것이다.
한편,1975년생인 구본호씨에 대해선 LG그룹 구인회 창업주의 동생 고 구정회씨의 손자로 LG그룹 구본무 명예회장과는 6촌 사이이고 LG그룹의 물류 부문을 담당하는 (주)범한판토스(구 범한물류)의 대주주라는 것 외에는 그간 별로 알려진 게 없었다는 점이다.
범한판토스는 구본호씨와 그의 어머니 조금숙씨의 '母子 회사'나 다름이 없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1일 현재 범한판토스 주식 총 200만주중 어머니 조 씨가 100만7140주(53.86%), 구 씨가 92만2860주(46.14%)를 보유해 두 사람이 이 회사 주식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