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의 독서산책]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카이스트미래전략2019’

입력 2019-01-20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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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뒤흔드는 지능정보 범용기술 16개

기술 격변은 정말 많은 것을 바꾸어 놓는다. 산업과 사회의 틀을 뒤흔들 뿐만 아니라 기회를 잡는 자와 낙오되는 자를 양산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엄청난 국가 사이에, 기업 사이에, 그리고 개인 사이에 부의 재편이 일어남은 물론이다. 오늘날 진행되고 있는 기술 격변을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산하 미래전략연구센터의 ‘카이스트 미래전략 2019’를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해 매주 개최해 온 국가미래전략 정기토론회 결과를 정리하는 형식으로 만들어진 보고서다. 9개 장에 걸쳐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사회 제반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독자들은 제1부 1장 새로운 기술의 등장과 미래 사회, 그리고 제2부 2장 기술 분야 미래 전략을 집중적으로 읽을 수 있다.

어떤 기술이 세상을 뒤흔들고 있는가. 70쪽을 보면 한 페이지에 걸쳐 ‘지능정보 범용기술의 등장과 발전 단계’라는 제목의 도표가 실려 있다. 모바일 로봇, 지능형 로봇, 사물인터넷, 양자 컴퓨팅, 시멘틱 웹 등 모두 16개 기술의 출현 시점과 발전 단계가 정리되어 있다. 독자들은 16개 기술 대부분이 출현 시점이 얼마 되지 않았음을 보고 놀라움을 금할 수 없을 것이다. 도표 하나를 꼼꼼히 확인하는 것만으로 독자들은 지금 진행되고 있는 기술 변혁의 전모를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거대한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막연한 소리가 아니라 삶의 구석구석까지 파고들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전기차,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 가전, 에너지 신산업, 바이오 헬스, 반도체, 디스플레이, 로봇, 5G(5세대 이동통신) 등의 신산업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도록 도울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서 핵심은 플랫폼 경제와 공유경제다. 근래에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카풀제와 관련된 갈등은 공유경제의 초보 단계조차도 우리가 수용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저자들은 이미 우리 사회가 겪게 될 어려움을 “저활용 자산의 효율적 활용은 사회적 후생을 증가시키지만 기존 사업자의 반발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기존 기업의 논리와 입장에 매물되어 공유경제라는 혁신을 수용하지 못하면 사회경제적 정체를 피할 수 없다”고 말한다.

자율주행차만 하더라도 현재는 운전자의 개입이 전혀 없는 레벨 5의 자율주행 기술이 거의 완성 단계에 와 있다. 2020년 중반에는 자율주행 상용차가 시판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서 우리는 오늘날 중국 화웨이의 5G 상용화 문제가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이유를 확인할 수 있다. 5G는 차량 간의 통신, 차량과 도로 간의 통신에 최적의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자율주행차는 초저지연성이 중요하다. 일반적인 지연시간으로는 사고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연 시간 해결에 5G 기술은 매우 중요하다. 이처럼 5G는 자율주행차, 가상현실, 인공지능 등 많은 양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주고받는 커넥티드 모빌리티 2.0 시대를 여는 핵심 인프라가 될 것이다. 따라서 세계 각국이 5G 구축에 나서고 있으며, 한국은 2019년 3월까지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또 하나의 신화를 만들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책에서 2개 장은 분량으로 얼마 되지 않지만, 4차 산업혁명을 견인하는 핵심 기술의 중요 포인트와 현상 그리고 미래 발전 방향을 이해하도록 도울 것이다. 기술 변화에 관해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특히 나라의 일을 하는 사람들이 필독했으면 한다. 얼마만큼 시대가 격변하고 있는지 위기의식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것은 책을 조금 더 편안하게 만들 수 있었다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어려운 내용이기 때문에 편집 과정에서 조금 더 시원하게 만들었다면 독자들이 더 쉽게 읽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공병호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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