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명태(明太)

입력 2019-01-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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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함경북도 남동부 동해 연안에 자리한 명천군(明川郡)에 태씨(太氏) 성을 가진 어부가 어느 날 낚시로 물고기 한 마리를 잡아 고을 원님에게 바쳤는데 원님이 맛있게 먹고서 물고기의 이름을 물었으나 아무도 알지 못하므로 ‘명천에 사는 태씨 어부가 잡았으니 명태라고 하자’고 함으로써 명태라는 이름이 세상에 존재하게 되었다고 한다.

조선 후기의 문신인 이유원(李裕元 1814-1888)이 쓴 ‘임하필기(林下筆記)’에 보이는 기록이다. 이렇게 시작된 ‘명태’라는 이름의 생선은 후대로 갈수록 지역에 따라 먹는 방식에 따라 다양한 이름이 붙었다. 말리지도 않고 얼리지도 않은 막 잡아 올린 명태는 생태(生太)라고 하고, 생태의 내장을 빼고 햇볕에 말린 것을 북어(北魚:북쪽지방 바다에서 잡히는 고기라는 뜻)라고 하며, 겨울에 잡아서 얼린 것을 동태(凍太)라고 한다. 그런가 하면, 얼리고 말리기를 반복하여 살색은 노르스름해지고 살결은 약간 스펀지처럼 포근해져서 독특한 맛을 내는 것을 황태(黃太)라고 하는데, 얼리기와 말리기를 반복하는 과정에 문제가 생겨 상품성이 없게 된 것을 파태(破太)라 하고, 부패하여 아예 검게 변해 버린 것은 흑태(黑太) 혹은 먹태(墨太)라고 하며, 건조 도중에 머리가 떨어져 나간 것은 무두태(無頭太)라고 한다. 이 외에도 새끼명태는 애태, 다 자란 명태임에도 유난히 크기가 작은 명태를 왜태(倭太), 얼지 않고 말라 버리는 바람에 딱딱해진 황태를 깡태, 내장을 빼지 않고 통째로 만든 황태를 봉태(封太), 산란 후에 잡은 탓에 알이 없는 명태를 꺽태, 산란 전에 알이 꽉 찬 상태로 잡은 명태를 난태(卵太)라고 하는 등 명태에 대한 이름은 50종이 넘는다고 한다.

바리톤 성악가로 유명한 오현명 선생이 부른 가곡 ‘명태’가 한때 우리 사회에 유행했었다. 명태는 그만큼 우리와 친숙했었는데 이제 바닷물의 온도 상승으로 인해 우리나라 바다에서는 잡히지 않는다.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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