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뷰티, 미국 화장품 시장 흔든다

입력 2019-01-30 17:39 수정 2019-01-30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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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화장품 업계가 미국 시장을 흔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미국에서 아시아계 스킨케어 제품과 피부관리 방법이 주목을 받으면서 그동안 등한시되어온 미용 분야가 다시 활기를 띄고 있다고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미국 월가 출신인 대만계 미국인 비키 차이는 10년 전 미국에서 화장품 회사 ‘타차(Tatcha)’를 설립했다. 일본의 옛날 연예인을 일컫는 이른 바 ‘게이샤’들이 수 세기동안 이어온 피부 트러블 관리 비법을 소개받은 것이 계기가 됐다. 타차의 세안 오일과 보습 크림은 현재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킨케어 브랜드 중 하나로 사랑받고 있다.

작년 타차의 매출은 전년보다 80% 이상 늘어나 1억2500만 달러를 넘었다. 이 회사는 세계적인 화장품 전문점 세포라에서 가장 잘 팔리는 스킨케어 3개 브랜드 중 하나에 올랐고, 홈쇼핑 대기업 QVC에서도 톱5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 회사의 메이크업 베이스는 출시 이후 불과 며칠 만에 완판됐고, 작년 9월 출시된 나이트용 립 마스크는 입고 대기자가 수 천명에 이른다.

WSJ는 피부 관리에 신경 쓰는 젊은 층이 늘어나면서 타차가 스킨케어 제품으로 돈도 벌고 시장을 활성화하는 불쏘시개 역할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조사업체 NPD그룹에 따르면 일본과 한국의 인기 제품 덕에 미국에서 스킨케어 제품 매출은 지난 1년간 약 15% 성장했다. 메이크업 제품 매출 신장률이 3%에 그친 것과 대조적이다.

에스티로더와 로레알 등 글로벌 화장품 대기업들에도 스킨케어는 성장 견인차로 부상하고 있으며, 드렁크 엘리펀트나 선데이 라일리 같은 신흥 브랜드들의 등장도 주목할 만 하다.

타차는 일본의 화학자와 원료 개발을 시작, 기름종이를 가장 먼저 출시하고, 다음에 세안제와 보습제, 자외선 차단제 등으로 제품 라인을 넓혔다. 차이 대표는 “당시 미국 미용업계는 아시아 제품이 미국 소비자에게 받아들여질지 회의적이었다”며 “처음 몇 년은 계속 소매점으로부터 거절만 당했다”고 돌아봤다.

그러다가 타차의 성공에 힘을 실어준 건 ‘K뷰티’의 힘이었다. K뷰티란 한국의 미용 산업이 해외에서 각광받는 현상을 말한다. ‘BB크림’이라 불리는 피부 커버 제품에서부터 스폰지에 액상 파운데이션을 적신 쿠션 파운데이션, 발림이 가벼운 에센스 세럼, 화장수를 적신 시트 마스크 등 한국 제품이 잇따라 인기를 끌었다. 거기에 미니멀리스트적인 습관을 바탕으로 한 일본의 미용 트렌드, J뷰티의 출현으로 아시아 제품 인기는 절정을 맞았다.

NPD에 따르면 작년 1~9월 일본계 화장품 매출은 19%, 한국계 화장품 매출은 39% 늘었다. 스킨케어 제품 전체 성장률은 16%가 넘었다. 미국 시장에 진입한 아시아계 화장품 브랜드 중에서 일본 시세이도가 1위다. 시세이도는 미국에 진출한 지 50년이 넘었다.

시세이도 메이크업의 글로벌 개발 총괄 질 스칼라맨더 사장은 “우리에겐 르네상스다. 사람들은 아시아 미용 세계를 탐구하고 있고, 우리는 선구자로서 혜택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시세이도의 미국 사업은 현재 총매출의 약 12%를 차지, 아시아 이외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이다.

미국 화장품 대기업 에스티 로더도 아시아계 기업들 못지않게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크리니크’ 브랜드로 신제품 출시는 물론 ‘DECIEM(데시엠)’과 페이스 마스크로 잘 알려진 한국 ‘Dr. Jart+(닥터 자르트)’에도 투자하고 있다. 프록터앤겜블(P&G)은 일본 브랜드 ‘SK-II(에스케이투)’가 지난 분기에 두 자리 성장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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