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4년 만에 꺼내든 종합검사 계획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보복성 검사로 변질할 수 있다는 지적에 금융위원회가 시정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시간을 번 삼성생명은 금감원 출신 인사를 영입하고, 소비자 보호 관련 부서를 확대하며 방패를 벼리고 있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는 이날 열린 정례회의에서 금감원 종합검사 계획안을 상정하지 않았다. 애초 이달 안에 매듭지으려고 했지만 객관성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아 논의를 미뤘다. 금감원으로부터 수정안을 받으면 다음 달 20일 열리는 정례회의에서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가 된 부분은 검사 대상의 선정 방식이다. 금감원은 감독 목표의 이행 여부를 비롯해 내부통제 적정성,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대상을 선정할 방침이다. MG손보 등 극심한 경영위기를 겪고 있는 일부 금융회사를 제외하고 대형사 위주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보험사 관계자는 “금감원 검사 인력 20여 명이 길게는 한 달 이상 회사에 상주하며 예산 집행, 건전성, 경영행태 등을 샅샅이 살피기 때문에 먼지가 하나도 안 나올 수는 없다”며 “감독당국과 날 세울 일 많은 대형사가 보복성 검사를 받게 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첫 타깃에 삼성생명이 언급되고 있는 점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금감원은 삼성생명에 즉시연금 미지급금을 일괄 지급하라고 권고했지만 회사 측은 ‘법원의 판결을 받겠다’며 거부했다. 이에 금감원은 민원인이 법리 싸움에서 이길 수 있도록 소송을 지원하고 자살보험금 미지급 사태 때 ‘저승사자’로 불리던 이성재 국장까지 보험 담당으로 임명하며 업계에 칼을 겨누고 있다.
이 관계자는 “은행권 채용 비리나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태 등은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되고 있지 않다는 의미”라며 “왜 애먼 보험사들이 도마 위에 올라야 하는지 이해도 안 될 뿐더러, 소송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종합검사 결과가 나오면 판결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토로했다.
이 가운데 시간을 번 삼성생명은 조용히 방패를 벼리고 있다. 우선 감독당국 내부 사정에 밝은 박병명 전 금감원 국장을 상품담당 고문으로 영입했다. 그는 금감원 상품계리실장, 보험검사2국장, 보험감독국장 등을 지냈다.
아울러 윤 원장이 종합검사의 당위성으로 ‘소비자 보호’로 내걸고 있는 만큼 관련 부서를 확대하며 민원 대응 능력을 재정비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박 고문 영입은 교묘하게 시기가 겹친 것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