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중국식 보호주의에 외국 IT 기업들 역풍

입력 2019-01-31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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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앞두고 아마존·월마트 등 외국 기업에 제동…인도 통신부 차관, 자국 스타트업과 비밀 회담

▲인도 온라인 소매시장 점유율. 2018년 4월 기준.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 방향으로 플립카트 아마존 페이티엠 스냅딜 기타. 출처 포레스터리서치
▲인도 온라인 소매시장 점유율. 2018년 4월 기준.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 방향으로 플립카트 아마존 페이티엠 스냅딜 기타. 출처 포레스터리서치
인도가 오는 4~5월 총선을 앞두고 중국 스타일의 보호주의를 펼치고 있다. 인도 정부가 아마존과 월마트 페이스북 등 외국 기업 독과점에 제동을 거는 등 자국 IT 기업 보호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소개했다.

인도는 외국 기업을 견제해 알리바바그룹홀딩과 텐센트홀딩스 등 토종 IT 업체를 키운 중국의 성공을 따르려 한다고 WSJ는 지적했다.

수억 명의 거대 인구가 인터넷을 사용하기 시작한 지금 인도 정치인들은 총선에서 유권자 표심도 잡고자 미국 IT 기업에 대한 압력을 강화하고 정책을 자국 기업에 유리한 형태로 변경하기 시작했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아루나 순다라라잔 인도 통신부 차관 겸 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지난주 ‘인도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방갈로르에서 자국 스타트업들과 비밀리에 회담을 열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자국 기업의 부상을 촉진할 지원책을 조만간 도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면서 “인도 정책 입안자들은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중국 IT 거물들의 성공에 주목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지원책 내용과 도입시기 등 세부사항은 공개되지 않았다.

그는 해당 회의와 관련해 WSJ에 “우리는 인도 기업들을 글로벌 챔피언으로 키울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유망한 미개척 디지털 시장으로 꼽힌다. 인도 일부 재벌들도 정부의 자국 IT 기업 육성책에 동참하고 있다.

인도 최대 부자인 무케시 암바니 릴라이언스그룹 회장은 이달 한 비즈니스 회의에서 “외국 기업에 의한 ‘데이터 식민지화’를 끝내야 한다”며 마하트마 간디를 방불케하는 어조로 호소했다. 암바니는 릴라이언스 산하 지오를 통해 인도 전역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4G 이동통신망을 사용 가능하게 한 주역이다. 그는 이를 지렛대로 사용해 동영상에서 전자상거래까지 모든 인터넷 시장에서 점유율 확대를 노리고 있다.

이에 그동안 인도에서 커다란 성공을 거두고자 거액의 투자를 해온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타격을 입게 생겼다. 인도는 5월까지 총선이 진행될 예정이어서 외국 기업의 편을 들어줄 인도 정부 관리나 정치인이 거의 없다. 아마존은 최근 수년간의 약진으로 인도 2위 전자상거래업체로 부상했으며 현재 현지에 50억 달러(약 5조5505억 원)를 투자하고 있다. 월마트는 지난해 인도 최대 온라인 쇼핑몰 플립카트를 160억 달러에 인수했다. 이는 월마트 사상 최대 인수·합병(M&A)이었다.

인도에서 외국 기업에 대한 반감이 커진 것은 지난해부터였다. 인도 정부는 전자상거래 관련 규정을 정비하고자 현지 기업을 초청해 의견을 수집했다. 그러나 현지 시장점유율이 합쳐서 절반을 넘는 아마존과 플립카트는 초청을 받지 못했다.

이후 지오를 비롯한 자국 기업 의견을 채용해 정부가 지난해 도출한 정책 초안은 보호주의 색채가 강했다. 초안은 “자국 기업의 혁신을 장려하며 디지털 경제를 키워 시장을 지배하고 잠재적으로 비경쟁적이 될 수 있는 글로벌 기업들 사이에서 정당한 자리를 확보하게 한다”고 목표를 명시했다.

인도 정부는 지난달 26일 아마존과 월마트 등을 철저히 배제한 채 새로운 정책을 발표했다. 핵심은 2월 1일까지 전자상거래 업계의 쇄신을 요구한 것이다. 이에 따라 외국 업체들은 공급망 전략을 전면 재검토하고 제조업체와의 독점 계약이나 파격적인 할인 등을 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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