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중앙은행 등의 작년 금 매입량이 651.5t으로, 전년보다 74% 급증하고 금태환제가 폐지된 1971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31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세계금협회(WGC) 조사 결과를 인용해 보도했다.
지난해 실적은 이전 최대치였던 2013년을 넘어섰다. 또 중앙은행들은 2010년 이후 9년 연속 금을 순매수했다. 이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보호주의 대두로 정치와 경제에 불확실성이 높아진 것을 반영한 결과라고 신문은 풀이했다. 금은 대표적인 안전자산이다.
러시아는 13년째 금 보유량을 늘렸다. 지난해 증가분은 274.3t에 달해 금 보유량도 사상 처음으로 2000t을 넘어섰다. 우크라이나와의 충돌에 따른 서구권의 제재가 지속되는 가운데 안전자산을 충분히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카자흐스탄(50.6t 증가)과 인도(40.5t) 등 전통적으로 금을 선호하는 국가들도 왕성하게 금을 사재기 했다.
특히 그동안 금 매입을 보류했던 국가들이 새롭게 보유량 확대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헝가리중앙은행은 지난해 10월 금 보유량을 종전보다 무려 10배 늘렸다. 폴란드의 지난해 금 매입량은 25.7t에 달했다. 움직임이 부족했던 중국도 10t 매입했고 몽골, 이라크도 늘었다.
WGC는 “불안정한 세계 경제와 지정학적 리스크가 배경”이라며 “미·중 무역전쟁과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인 브렉시트 등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금 매입을 부추겼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러시아를 필두로 많은 중앙은행이 미국 국채 등 달러화 표시 자산을 줄여나가는 대신 금 비중을 늘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혼란과 보호무역주의 정책에 달러화에 대한 국제적인 신뢰도가 떨어질 것을 우려, 중앙은행들이 달러화를 대체할 금에 눈길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글로벌 금 수요는 4345.1t으로 전년보다 4% 증가했다. 중앙은행 이외에도 투자용 금 수요가 4%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