슐츠 대선 출마 선언에 고민 깊어지는 스타벅스

입력 2019-01-31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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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회장이 지난해 3월 22일(현지시간) 시애틀에서 열린 연례 주주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슐츠 회장은 30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인종차별 문제를 거론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시애틀/AP뉴시스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회장이 지난해 3월 22일(현지시간) 시애틀에서 열린 연례 주주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슐츠 회장은 30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인종차별 문제를 거론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시애틀/AP뉴시스

하워드 슐츠 전 스타벅스 최고경영자(CEO)가 차기 미국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스타벅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민주당 안팎에서 이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모자라 스타벅스에 대한 보이콧 움직임까지 나오면서 매출에 타격을 입을 수 있어서다.

슐츠는 스타벅스 매장을 4개에서 2만8000여개 보유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킨 장본인. 그는 지난 27일(현지시간) CBS방송의 시사프로그램 ‘60분’에 출연해 “양당체제에서 벗어나 중도 무소속으로 뛸 것”이라며 대통령 출마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그 이후다. 민주당 측 인사들은 슐츠의 무소속 출마가 의도와 달리 차기 대선에서 ‘반트럼프’ 전선에 분열을 초래하고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도울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 내 대권 잠룡 중 한 명인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은 성명에서 “강한 당파성과 선거인단 시스템의 현실을 고려하면 무소속 후보가 승리할 수 없다”며 “2020년 미 대선에서 무소속 후보는 ‘반트럼프’ 표심을 분열시키고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으로 끝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일부 민주당원은 스타벅스 고객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좌파 성향의 사람들이 스타벅스 체인의 보이콧을 호소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이에 대해 슐츠는 29일 CBS 방송 ‘CBS 디스 모닝’에서 “이 정도의 관심과 이 정도의 관심을 모으는 것이기 때문에 옳은 일을 하려고 하는 것임에 틀림 없다”고 일축했다.

WSJ는 슐츠의 정치적 행동이 스타벅스에 대한 반감을 초래한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작년 봄 스타벅스가 제품을 구입하지 않은 사람을 비롯한 모든 사람에게 매장 화장실을 개방하기로 했을 때도 많은 고객의 분노를 샀다. 발단은 필라델피아 매장에서 아무것도 주문하지 않고 화장실을 사용하게 해달라고 부탁한 2명의 흑인에게 매장 밖으로 나가도록 요구했지만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점장이 경찰을 부른 것이었다. 화장실 개방이라는 회사의 대응에 대해 돈을 내는 고객을 희생시킨 자기만족적인 자유주의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2년 전에도 슐츠는 전 세계적에서 1만 명의 난민을 고용하기로 약속, ‘#BoycottStarbucks’라는 해시태그가 트위터에서 화제가 됐다. 슐츠의 행동은 도널드 트럼프가 행정명령을 발동해 무슬림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7개국에서 난민의 입국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한 것에 대한 반발이었다.

이외에도 슐츠는 총기 규제 지지 입장을 분명히 하는가 하면, 정부의 부채 감축 방안을 내놓지 않은 의원들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TV쇼 ‘더 뷰’에서 낙태 권리를 옹호했다가 비난 여론에 휩싸였다.

한 기업 브랜드 전략 전문가는 WSJ에 “슐츠가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 않더라도 그는 스타벅스와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며 “그는 브랜드의 얼굴로 30년 동안 회사를 이끌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출처 : WSJ
▲ 출처 : WSJ
주목할 건 슐츠가 스타벅스에는 아주 미묘한 시기에 대선 출마 의욕을 나타냈다는 점이다. 스타벅스는 업계 경쟁이 격화하면서 미국 내 고객 확대에 고심하고 있다. 2019년 1분기(2018년 12월 30일까지 13주) 방문객 수는 보합세였지만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던 전 분기에 비해선 개선됐다.

시장조사업체 시몬스 커머스 리서치가 2017년에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자유주의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한 달간 스타벅스를 방문한 빈도는 평범한 사람보다 43% 많았던 반면, 보수적인 사람의 빈도는 16% 적었다.

사안이 심각해지자 스타벅스의 케빈 존슨 CEO는 내부 단속에 나섰다. 그는 28일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기존처럼 고객 응대에 집중할 것을 요청했다. 그는 “슐츠는 자신의 인생에서 다음 장으로 넘어 갔다. 그는 행정, 그리고 공직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우리는 고객들로부터 스타벅스가 대통령 후보를 목표로 하는 슐츠를 지지할지, 스타벅스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등에 대한 질문을 받을 것이다. 기업으로서 우리는 국내 정치에 관여하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아무것도 변할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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