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상 칼럼] 한국경제가 먹고사는 길

입력 2019-02-0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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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초빙교수, 전 고려대 총장

경제를 떠받치던 반도체 경기가 하락세다. 반도체 호황이 막을 내리자 경제가 방향감각을 잃고 있다. 국내 제1의 반도체 업체인 삼성전자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국내 1000대 상장회사 매출과 영업이익의 10%, 27% 수준이다. 경제가 삼성전자 한 기업과 반도체 한 품목에 의존하는 구조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59조2700억 원, 10조8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2%, 28.7%나 감소했다. 반도체 경기침체는 글로벌 서버업체들의 투자 감소와 무선통신기기 시장 침체로 올해 더 악화할 전망이다. 이미 조선, 철강, 자동차, 석유화학 등 주력산업이 부진한 상태에서 반도체가 무너지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중국의 추격으로 인해 기존 산업의 회생이 어렵다. 더욱이 신산업 발전도 전망이 불투명하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은 3년 후에 철강과 석유화학에서 우리와 같은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디스플레이와 무선통신기기 분야에서 우리를 추월해 주력산업의 주도권을 빼앗는다. 또 5년 후면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중국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진다. 현재 우리나라는 바이오, 사물인터넷, 로봇, 증강현실, 신재생에너지 등에서 중국보다 앞서 있으나 5년 뒤에는 모든 신산업 분야에서 중국에 비교우위에 있는 기술이 전무하다. 특히 중국은 인공지능, 드론, 3D프린팅, 블록체인, 우주기술, 첨단소재, 컴퓨팅 기술 등에서 우리를 크게 앞지른다.

세계 경제가 앞이 보이지 않는다.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가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해 국제무역이 감소하고 있다. 경제패권은 물론 첨단기술과 안보 패권까지 놓고 싸우는 미중 무역전쟁이 국제경제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미국 경제와 중국 경제는 서로 타격을 주고받으며 경제불안을 초래하고 있다. 특히 중국 경제는 개방 이후 최저 수준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영국의 탈퇴 혼란으로 경제의 불확실성이 크다. 대외의존도가 절대적인 우리 경제는 불안이 클 수밖에 없다. 우리 경제는 현재 지난 50년간 버텨오던 산업들이 줄줄이 무너져 성장동력이 꺼지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보호무역주의와 무역전쟁의 확산이 경제의 숨을 막아 추락의 위기를 맞고 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새로운 산업을 일으켜 위기에서 벗어나 먹고사는 길을 찾아야 한다.

새해 들어 문재인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열어 경제 상황이 엄중하다고 진단하고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 추격형 경제를 선도형으로 바꾸고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 시장을 이끄는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기업인들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현장을 방문해 정책을 발표하는 행보를 시작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대전을 찾아 인류가 4차 산업혁명의 새로운 세계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고 밝히고 정부는 새로움에 도전하는 과학기술 연구자를 응원하고 기업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책적으로 데이터, 네트워크, 인공지능을 일컫는 DNA 등 4차 산업혁명 핵심 기반 사업 육성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정부의 경제정책이 거꾸로 가고 있다. 29일 정부는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철도, 도로, 공항 등 23개 지역사업에 대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고 총 24조 원의 재정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필요한 사업들이기는 하나 자칫하면 경제를 거품으로 들뜨게 하고 국민의 세금만 낭비할 가능성이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신산업 발전과 혁신성장을 위한 정책의 변화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정부는 중소기업과 벤처의 경영난을 가중하는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주휴수당 등에 대해 경제인들의 수정과 보완요구가 있었으나 어렵다는 대답이다. 설상가상으로 정부는 국민연금이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에 대해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방침을 세워 내면적으로 기업들의 손발을 묶는 정책을 펴고 있다. 경제를 살리는 근본적인 길은 기업들이 산업을 일으키는 것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정부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토건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해 재정을 낭비하고 경제를 부실하게 만든 과거 정부의 실책을 반복하면 안 된다. 과감하게 기존 정책의 틀을 바꿔 신산업 발전체제를 구축하고 기업자율을 보장해 국제경쟁력을 기르는 데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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