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미<사진> 한국예탁결제원 전자증권추진본부장은 올해 예탁결제원에서 가장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인물로 꼽힌다. 9월 16일부터 전자증권제도가 도입되는데, 이 제도를 이끄는 수장이 바로 김 본부장이기 때문이다.
전자증권제도란 증권 실물을 발행하지 않고 증권의 발행·유통·권리행사 등 증권 관련 모든 사무를 전자적인 방법으로 처리하는 제도다. 실물 증권에 수반되는 비효율적인 사회적 비용이 발생되고 있지만, 앞으로 전자증권제도 도입 시 위변조 및 분실 위험이 제거되고 권리 행사 제약 기간이 단축됨에 따라 5년간 누적 효과는 약 9045억 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본부장은 “1991년에 입사했는데 그때부터 예탁결제원은 전자증권제도 도입을 준비했다”며 “30년간의 준비 과정이 이제서야 빛을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1991년 예탁결제원(옛 한국대체결제주식회사)에 입사한 후 첫 여성 팀장을 거쳐 2007년 첫 여성 부서장으로 임명됐다. 지난해에는 예탁원 최초로 여성 임원 자리에 오른 인물이다. 증권대행부터 대차, 파생, 펀드, 조사개발, 고객지원까지 각 부문을 두루 거치며 예탁결제원의 신사업을 개발, 정착시키는 일을 주로 해왔다. 김 본부장은 “처음에 전자증권추진본부장을 제안받았을 때는 부담스러웠지만 다양한 부서 경험들이 현재 이 자리에 있게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예탁결제원은 올해 전자증권제도 도입을 중점 추진 과제로 선정하고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전자증권제도는 실물증권 업무의 완벽한 디지털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예탁결제원 차원에서도 제 2의 도약 기회로 여겨지고 있다.
전사의 역량과 관심이 집중된 사업을 이끄는 수장으로서 여려운 점에 대해서는 “서울과 부산으로 인력이 나뉘어 있어 TF를 꾸리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며 “이해관계자가 많고, 제도 시행일에 무결점 시스템을 완벽히 오픈해야 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매일 야근하고 개발 시한을 맞추기 위해 휴일에도 일하고 있다”고 답했다.
전자증권제도는 지난해 2월부터 시스템 구축 사업에 착수해 지난달 말 기준 전체 사업 공정 진척률이 60.7%에 달한다. 이달부터는 통합테스트(5개월)와 이행테스트(2.5개월)를 수행할 계획이다.
김 본부장은 “무권화가 되려면 부동화가 돼야 한다는 전제하에 30년간 준비해 왔고, 계좌관리 기관과 전자등록기관의 투티어(two-tier) 구조로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에 혼란 없이 진행되고 있다”며 “변화를 못 느끼는 것이 사실은 가장 완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요새 전자증권제도 광고가 TV에 나오면 TF팀 직원 아이들이 ‘우리 아빠 훌륭한 일한다’고 말을 한다는 얘길 들었다”며 “힘들지만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인정을 받고 있는 것 같아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김 본부장은 “전자증권제도 도입을 완벽히 추진해야 한다는 막중한 부담감을 갖고 있지만, 긍정적으로 소화하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