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폐쇄 3년] 입주기업들 “40명 직원 뿔뿔이 흩어져…3년째 ‘희망고문’ 착잡”

입력 2019-02-10 18:12 수정 2019-02-10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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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범 오오엔육육닷컴 대표, 시설투자비 100억 묶이며 백수건달 신세

“3년간 ‘백수건달’ 신셉니다. 인생이 이렇게 처참하게 무너지다니.어디 하소연할 곳도 없어요.”

3년 전 이맘때였다. 강창범 오오엔육육닷컴 대표는 주변의 만류에도 인생을 바쳐 일궈온 회사의 미래를 개성공단에 쏟아 부었다. 지하 1층, 지상 3층짜리 건물을 짓고, 연건평 1만9834㎡(6000평) 공장에 들인 비용만 100억 원에 달한다. 하지만 그의 꿈은 한순간에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중단 방침에 아무것도 건지지 못하고 그대로 몸만 빠져나왔다.

그날부터 3년째 강 대표는 백수신세다. 가동 중단의 아픔은 강 대표뿐 아니라 가족과 40여 명이나 됐던 직원들에게 고스란이 전해졌다.

“직원들이 뿔뿔이 흩어졌어요. 매년 초 모여서 개성공단 재개만을 바라며 소주잔 기울이는 게 전부예요. 정권도 바뀌고, ‘적폐청산’이다 해서 모든 게 달라지는데, 개성공단만 그대로인 건지. 냉가슴만 앓고 있습니다.”

강 대표는 정권 바뀌고 더 버틸 힘이 없어진다고 한다. 이전 정권과 방침이 다를 줄 알았지만 ‘희망고문’은 2년째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강 대표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개성공단 재개를 기원하며 매일같이 마라톤에 도전하고 있다.

“북미 협상이 잘돼서 개성공단도 재개되고, 금강산 관광이나 체육 교류도 이어져서 평양 마라톤에 참가하고 싶습니다.”

강 대표는 개성공단입주기업피해대책위 간사를 맡았고, 오오엔육육닷컴은 의류 등을 생산하는 업체다.

국내에서 전통적으로 도자기를 생산해온 조경주 석촌도자기 대표도 개성공단 가동 중단의 직접적인 피해자다. 조 대표는 가동 재개가 늦어져 재정적·정신적으로 많은 손해와 고통이 뒤따르고 있고, 현재 최소 인원으로 회사를 이끌어가고 있다는 호소다.

“정치적 이유로 정부가 7번이나 방북 신청 반려를 했어요. 3년간 개성공단에 있는 생산라인 시설물이 녹슬어 버리고, 상품개발도 못하면서 최악의 상황에 처해 있어요. 올해가 되면 재개될 줄 알았는데, 너무도 막막합니다.”

생산을 하지 못하면 당연히 제품 판매도 불가능하다. 문제는 수익이 없으면 새로운 제품을 만들 디자인 개발에도 소홀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렇다 보니 석촌도자기의 연간 기본 손실액은 10억 원이 넘는다. 3년째인 올해 손실액까지 무려 30억 원. 이 기간 정상 매출의 5%도 안 되는 국내 사업 수익으로 간신히 하루 하루를 버텨내고 있는 실정이다.

그 사이 조 대표는 30여 명이던 직원을 하나 둘 떠나보내고, 현재 단 6명의 필수 인력으로만 회사를 운영 중이다.

“1983년 세워져 36년 된 도자기 회사가 단 3년 만에 만신창이가 됐어요. 정부 보상도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필요한 것은 정경 분리 원칙을 지키는 개성공단 재개뿐입니다.”

조 대표는 현재 인천 개성공단입주자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다.

개성공단 가동 중단 여파는 국내 1호 개성공단 입주기업이면서 국내에 손꼽히는 대표 금형기업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김학권 재영솔루텍 대표이사 회장은 개성공단이 갑자기 폐쇄되면서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베트남에 공장을 가동하는 등 고난의 시간을 견디고 있다.

전자부품용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금형과 카메라모듈 조립사업 등을 주로 하는 재영솔루텍은 현대차와 삼성전자에 제품을 공급하는 유망기업 중 한 곳이다. 수작업이 중요한 업체 사정상 인건비 절감을 위해 2004년 국내 첫 개성공단 입주 기업으로 이름을 올렸다.

“개성공단 생산라인은 재영솔루텍 공정에 최적화돼 그 어느 곳과 비교할 수 없이 소중한 곳이에요. 베트남에서 겨우 손실을 메우지만 인건비를 감안하면 개성공단은 반드시 다시 열려야 합니다. ”

김 회장이 개성공단을 중히 여기는 것은 비단 인건비 때문만은 아니다. 말이 통하고, 근로자의 숙련도가 최상의 조건에 달한 것도 한몫한다.

“한민족이니 통역 없이 말이 통하고, 개성공단 근로자들이 이미 재영솔루텍 기술을 따라갈 만큼 숙련도가 높아져서 인건비·언어·기술력 등 삼박자를 고루 맞춘 최상의 조건이예요. 올해는 반드시 개성공단이 재가동됐으면 합니다.”

김 회장은 2009년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을 맡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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