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회사 일본’, 무역전쟁·중국 경기둔화에 동일본 대지진 이후 최대 타격

입력 2019-02-11 10:31 수정 2019-02-11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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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0~12월 영업이익, 전년비 2.6% 감소…화낙·파나소닉 등 잇따라 올해 실적도 우려 표명

일본 기업들이 중국의 경기 둔화 여파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최악의 실적을 냈다.

일본증시 토픽스지수에 속한 1014개 기업의 2018 회계연도 3분기(작년 10~12월)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6% 감소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SMBC닛코증권의 분석을 인용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2011년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당시 일본 기업들은 2011년 3월 11일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 여파로 전 세계 공급망이 붕괴하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 그만큼 지난해 말 일본 기업들의 실적 부진이 심각했다는 의미다.

같은 기간 일본 상장사 순이익은 전년보다 26% 급감했다.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감세 정책에 힘입어 2017년 일본 기업들도 많은 이익을 냈는데, 지난해는 그 약발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일본증시 하락도 기업들의 순익 급감에 영향을 미쳤다. 일본 최대 자동차업체 도요타는 지난 분기 순익이 전년 동기 대비 81% 급감했다. 도요타는 자사가 보유한 주식의 지분가치가 급락한 것이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이유라고 분석했다.

FT는 일본 기업들이 지난 수년간 아베 신조 총리의 친기업·친성장 정책에 힘입어 견실한 성장세를 보였으나 애플과 인텔 등 미국 IT 대기업을 강타한 글로벌 경기둔화 공포에 같이 휩싸였다고 설명했다.

세계 최대 산업용 로봇업체 화낙과 파나소닉, 니혼덴산 등 일본 대표 제조업체들은 올해 실적 부진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고 경종을 울렸다. 화낙의 이나바 요시하루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작년 10~12월에 바닥을 쳤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가장 큰 문제는 회복 시점을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라고 우려했다. 화낙은 지난 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42% 급감하자 향후 실적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크레디리요네증권(CLSA)의 니콜라스 스미스 일본 투자전략가는 지난 8일 “어닝시즌이 엉망이 된 가운데 새해를 맞게 됐다”고 한탄했다.

일본 기업들의 실적 하향 조정은 전자기기와 운송, 화학 부문에 집중됐다. 이들 분야는 미·중 무역 분쟁과 중국 내 자동차와 스마트폰 판매 둔화 등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애플 공급업체 니혼덴산의 나가모리 시게노부 회장은 “작년 11~12월 중국의 전기모터 수요에 이례적인 변화가 일어났다”며 “46년간 회사를 경영하면서 월별 주문이 이 정도로 급격하게 줄어든 건 처음 본다”고 말했다. 니혼덴산은 올해 3월 마감하는 2018 회계연도 순익 전망치를 종전보다 24% 하향 조정했다.

파나소닉의 우메다 히로카즈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중국의 자동차 부품과 전자기기에 대한 수요 감소 등으로 영업이익 전망을 낮출 수밖에 없었다”며 “시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실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도모야마 시게키 도요타 수석 부사장은 “차종과 진출 시장을 다각화하려는 노력에도 우리는 무역 긴장과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인 브렉시트, 일본사회의 급속한 고령화 등 시장 상황의 급격한 변화를 따라잡지 못했다”고 시인했다. 이어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며 “이에 무슨 일에도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기업문화를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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