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현대차, SK, LG그룹 등 주요 계열사들이 다음 달 일제히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정기주총이 특정일에 몰리는 ‘슈퍼 주총 데이’인 내달 27일에는 200개가 넘는 기업들이 개최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올해는 국민연금과 기관투자자들의 스튜어드코드십 강화가 화두로 부상하고 있어 어느 해보다도 뜨거운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총에선 이재용 부회장의 사내 등기이사 재선임 안건 상정 여부가 주목된다. 이 부회장은 2016년 10월 임시 주총을 통해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이사의 임기가 3년을 초과할 수 없는 상법에 따라 이 부회장의 임기는 오는 10월 26일 만료된다. 사내이사직을 유지하려면 재선임 절차가 필요한데, 오는 3월 주총은 임기 내 열리는 마지막 정기 주총이다.
재계는 당장 이번 주총에서 이 부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상정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본다. 오는 4월 중으로 예상되는 이 부회장에 대한 대법원 상고심 결정이 나온 뒤 임시주총을 열어 재선임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안건은 사외이사 선임이다. 삼성전자의 사외이사는 총 6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들 중 3명(이인호 전 신한은행 은행장·송광수 전 검찰총장·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의 임기가 다음 달 만료된다.
최근 한진칼과 남양유업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낸 국민연금이 삼성전자의 사내·사외이사 선임에 대해 주주권 행사를 검토할지도 눈길이 쏠린다.
현재 국민연금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지난 8일 공시 기준으로 8.95%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삼성전자 정기 주총 때 이상훈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감독의무 소홀’이라는 이유로 반대표를 행사한 바 있다.
아울러 독립성이 한층 강화된 새로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올해 어떤 사외이사 후보군을 발굴할지에 이목이 쏠린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정몽구 회장은 현대모비스 대표이사 임기가 끝난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현대차 사내이사, 기아차 기타 비상무이사 임기가 종료된다.
LG그룹 의 경우 구본준 부회장 행보가 관심사다. LG전자 등기임원을 맡고 있는 구 부회장은 이번 주총을 끝으로 고문으로 자리를 옮길 것으로 보인다. 다만 LG그룹 내 화두인 계열분리 움직임은 아직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SK하이닉스는 올해부터 전자투표제를 도입했는데,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여부가 관심사다. 최근 국민연금은 SK 계열사에 반대표를 많이 던졌다.
지난해 SK이노베이션의 임원퇴직금 지급규정 변경에 대해 과다지급을 이유로 반대표를 행사했고, SK 사내이사 선임과 SK텔레콤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선임에도 반대한 바 있다.
올해 주총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한진그룹 계열사들이다. 다양한 주총 안건을 제시한 행동주의 펀드 KCGI와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로 표 싸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조양호 회장 연임 여부가 주목된다. 대한항공 지분 11.56%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대표이사 연임에 반대할 것으로 예상되는 탓이다.
국민연금 기금위는 다음 달 한진칼 주총에서 정관변경 주주제안을 할 것으로 의결했다. ‘이사가 회사 또는 자회사와 관련해 배임, 횡령죄로 금고 이상 형의 선고가 확정된 때에는 결원으로 본다’는 조항을 추가하는 안이다. 이는 횡령 배임 혐의로 재판 중인 조양호 회장 연임을 반대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우조선 인수가 사실상 확정된 현대중공업그룹은 내달 중순 임시주총을 개최할 방침이다. 이 자리에서 현대중공업은 주주들에게 물적 분할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번 안건은 특별결의 사안으로 참석 주주 3분의 2, 전체의결권 3분의 1 이상 동의해야 가결된다.
다만 현대중공업지주가 현대중공업 지분 30.1% 가진 최대주주이기 때문에 이미 특별 가결을 위한 조건이 충족된 상황이다. 안건은 무사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한화는 집행유예가 만료된 김승연 회장의 계열사 복귀가 주요 이슈다.
한편, 한국상장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가에 따르면 3월 27일에 정기 주총을 열겠다고 밝힌 기업은 이미 223개사다.그 다음으로 3월 26일(180개사), 29일(86개사), 22일(84개사), 21일(72개사), 15일(69개사) 등에 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