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부실 운영 창업보육센터…“창업 멘토링 기대했지만, 사무실 임대 지원에 그쳐”

입력 2019-02-17 18:12 수정 2019-02-18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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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성공’ 무색하게 매년 예산 줄어… 내년부터 지자체 총괄 “전문성 떨어져 지역경제 악영향”

창업보육센터(BI)는 기술과 사업성은 있지만 자금이나 사업장, 시설 확보가 어려운 창업자 또는 예비창업자에게 시설을 저렴하게 제공해 성공 가능성을 높인다는 취지로 설립됐다. 1990년대 초반에 도입된 이후 1997년 외환위기를 지나며 급속하게 늘어났고 대학을 중심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정부도 센터별 운영평가를 통해 등급별로 운영자금의 일부를 지원해오고 있다. 올해 기준으로 센터별로 연간 평균 6000만 원씩 투입될 예정이다. 운영비뿐만 아니라 창업 컨설팅을 해주는 매니저들의 임금 일부도 지원된다. 그럼에도 운영에 낙제점을 받은 곳이 상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작년 기준으로 창업보육센터 다섯 곳 중 한 곳은 ‘부실’한 곳으로 조사됐다. 개중에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입주 기업 멘토링을 해주는 팁스타운과 서울시가 운영하는 서울시창업지원센터, 서울산업진흥원 산하의 서울신기술창업센터 등이나 지자체 혹은 정부 기관에서 직접 운영하는 곳들도 포함돼 있다.

또 한국산업개발연구원의 창업보육센터인 BLUE BI, 가톨릭대 창업보육센터, 대경대 창업보육센터, 대원대 창업보육센터, 배재대 창업보육센터, 아주대 창업보육센터, 한국항공대 창업보육센터, 호서벤처창업보육센터 등 20곳은 2017년에 이어 2018년에도 낙제점을 받았다.

매년 부실한 창업보육센터가 20~30% 지속적으로 운영되면서 창업보육이 절실한 예비창업자들에게 제대로 된 창업 기회가 제공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교육부의 대학 재정지원 평가기준에 창업보육센터 운영 여부가 포함돼 있기 때문에 일부 대학들이 성과도 없이 ‘구색 맞추기’ 식으로 창업보육센터를 운영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의 한 대학 내 창업보육센터를 졸업한 기업인은 “창업자들에게 적절한 창업 멘토링을 제공하기보다는 임대로 싼 사무실을 빌려주는 데 그치고 있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 이유”라고 꼬집었다. 2015년 대학 창업보육센터의 재산세를 전액 감면하는 내용을 담은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안도 통과되면서 대학의 창업보육센터 운영에 대한 부담이 줄었지만 막상 입주기업인들에게는 적절한 창업 지원이 되지 않고 있다는 불만은 계속 불거지고 있다.

정부가 창업자금 투입에만 치중하고 예비창업자들을 성공적 창업으로 안착시키는 데 관심이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중기부가 보육센터에 대한 평가방식을 바꾸면서 창업자들에게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중기부는 2017년까지 S부터 A, B, C등급으로 나누었던 창업보육센터의 평가기준을 작년에 60점 이상과 이하로만 분류했다. 60점 이하에만 지원금을 주지 않기로 한 것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보육센터에 지원되는 예산이 매년 줄어들고 있어 등급별로 예산을 차등 분배하는 게 의미가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다르다. 최자영 숭실대 창업지원단장(보육센터장)은 “운영예산이 반의 반토막으로 줄었다. 평가 잣대를 너무 행정 위주의 보육으로 재단해서 그렇다”면서 “정부가 절대평가로 바꿔서 60점 이상이면 지원금을 똑같이 준다는 것이다. 과락 여부로 예산 지원을 결정한다. 대학의 보육 기능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탁상 행정”이라고 꼬집었다.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해 있는 한 기업인은 “창업자들은 조금 더 지원이 많고, 컨설팅 등 보육을 잘해주는 센터에 자리 잡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인데 어느 BI가 좋은 곳인지 알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낙제점을 받은 팁스타운 관계자는 “팁스타운의 성격이 벤처창업 중심이라 중기부 평가 기준과 거리가 있다”면서 “이에 올해부터 한국창업보육협회 검증을 받지 않고, 창업진흥원과 연계해 직접 협력사업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부터 지자체로 창업보육센터 지원이 이관되는 것도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불안요인이다. 지난해 8월 행정안전부가 입법 예고한 ‘지방이양 일괄법 제정안’에 따라 중기부의 창업보육센터 지원 업무는 내년부터 지자체에 이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방자치단체에 예산 확보부터 해당 사무 전부가 이양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지자체에서 지역별로 보육센터를 밀착 관리하는 게 맞다고 본다”며 “지자체별로 창업 활성화에 관심이 많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국에 있는 창업보육센터들은 지자체가 담당 업무를 하기에는 창업과 벤처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지고 예산 지원도 줄어들 것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정의붕 한국창업보육협회장은 “업무가 이관되면 창업보육센터의 역할이 줄어들어 결국 지역 일자리 창출과 지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국 BI센터들은 지자체로 사무 이관이 이뤄지면 지역 창업보육사업 기반이 붕괴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공동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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