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면 2. “미국 연준이 올해 8번의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때마다 제롬 파월 의장이 기자회견을 하기로 했다. 의장이 자주 나온다 하니 시장 경계심이 커지는 것 같다. 한국은행도 2017년부터 기준금리 결정 금통위를 (종전 12번에서) 8번으로 줄였다. 매번 (총재가) 기자회견을 하는데 좀 줄이는 것은 어떨까.”
# 장면 3. “구조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상 촬영 마치겠습니다.”, “글로벌 가치사슬이 약화하고…”, “이상 촬영을 마치겠습니다.”
장면 1은 지난해 11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 직후 진행된 이주열 한은 총재 기자회견 당시 한은 공보를 담당하는 공보관 쪽에서 나온 말이다. 오전 11시 20분에 시작하는 금통위 기자회견은 보통 낮 12시 직전에 끝나지만, 1년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한 당시와 같은 상황에서는 질문이 넘쳐 기자회견이 12시를 넘길 가능성이 높은 때였다.
과거에도 종종 금통위 기자회견은 12시를 훌쩍 넘기기도 했었다. 다만 어느 시각부터 기자 질문을 받지 않겠다고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과거 총재의 해외 출장에 따른 비행기 시간 문제로 공보관이 직접 공개적으로 미리 양해를 구하고, 12시에 끝낸 때는 있지만 말이다. 이 같은 한은의 입장은 올 1월 금통위에도 이어졌다.
장면 2는 이주열 한은 총재가 올 1월 2일 한은 기자실을 방문해 신년다과회를 하는 자리에서 직접 한 말이다. 당시 기자는 “우리나라는 소규모 개방경제이니 더 자주 나오셔야 한다”고 말했고, 이 총재는 “고려하겠다”고 답했다.
장면 3은 19일 올 들어 처음으로 열린 경제동향간담회 자리에서의 상황이다. 지난해부터 총재 모두발언을 서면으로 대체하기로 하면서 벌어진 혼선이다.
이 총재가 참석한 경제전문가들과 이야기를 시작하자 공보관 쪽에서 참석했던 촬영기자와 사진기자, 취재기자를 내보내기 시작했고, 총재의 언급은 도떼기시장의 혼란처럼 묻혀 버렸던 것이다. 급기야 기자들이 퇴실하는 과정에서 누군가 스위치를 잘못 눌렀는지 간담회장 불이 모두 꺼져 버리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총재와 참석자들은 함께 웃음 지어 보였지만, 행사를 주최한 한은 입장으로서는 매끄럽지 못한 행사 진행이라는 오점을 남기게 됐다.
경제동향간담회는 이 총재 재임 초까지만 해도 1년에 열한 번이나 개최하던 행사였다. 지난해 단 한 번으로 줄더니 급기야 총재 모두발언도 서면으로 대체해 버렸다. 올해도 상황에 따라 개최할 예정으로 정해진 게 없다는 것이 한은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대통령까지 나서 각본 없는 기자회견을 하는 마당에 한은의 소통은 역주행하는 모습이다. 가급적이면 △줄이고 △안 하고 △대체하고 △사전조사하고 △마사지하는 행태가 벌어지고 있어서다. 기자는 지난해 10월에도 ‘‘은둔 주열’, 이주열의 역주행하는 다섯 가지 소통 방식’이란 제목의 기사로 이를 지적한 바 있다.
이 같은 일련의 사례들이 총재의 의중 때문인지 아니면 공보관 쪽에서 알아서 몸 사리기를 하는 때문인지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 다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 이름은 알아도 그 나라 재무장관이 누구인지는 잘 모르는 게 지금의 세태다. 한국이 아니, 한은이 여타 중앙은행과 다른 상황이라 하더라도 경제 상황이 엄중한 이때 이주열 총재와 한은의 은둔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
또 사실상 사상 처음으로 연임에 성공한 총재로서 보일 행동도 아니다. 이런 식이 계속된다면 지난해 국감에서 일부 국회의원이 한은은 절간이라며 지적한 “한은사(寺)” 소리를 올해 국감에서 또 들을지도 모르겠다.
“병든 조직이 건강하게 치유되려면 구성원 각자에게 권한과 책임을 명확하게 해 줘야 합니다. 그러고 나서 우리가 각자의 독립된 인격체로서 살 수 있어야 조직의 효과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지도력은 지도자의 인격에 의해 좌우됩니다.”, “자질과 행동을 아우르면서도 (중략) 지식과 가치를 포괄하는 인격 또는 성품을 지도력의 독립변수로 설정하고자 합니다. 특정한 상황에서 어떤 지도력이 바람직할 것인가에 대한 판단도 지도자의 인격에 좌우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은 출신이자, 현재 대부분의 한은 직원들에게는 선배인 최동석 박사가 1998년 펴낸 ‘똑똑한 자들의 멍청한 짓’이란 책의 일부를 발췌하는 것으로 글을 마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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