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17단독 오연수 판사는 20일 사기 혐의로 추가 기소된 조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범죄 사실을 증명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앞서 재판이 진행된 다른 사건의 경우, 그림을 그린 사람이 특정이 돼있었던 반면 이 사건은 누가 대신 그렸는지 특정이 안됐고, 피고인도 본인이 작품을 그렸다고 주장했다”며 “다른 사람이 그림을 그렸다는 범행 성립의 기본 전제조차 증명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조 씨가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는 취지의 다른 사람들의 진술이 있으나 주관적인 견해를 말한 것에 불과해 해당 진술만으로 조 씨가 그림을 직접 그리지 않았다고 단정하기 부족하다”고 짚었다. 재판부는 전제 조건인 대작 혐의가 입증되지 않아 사기 혐의에 대해서는 별다른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선고가 끝난 후 조 씨는 취재진과 만나 “대법원의 판결이 나온 이후에 입장을 밝히겠다”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다만 “검찰이 증명하지 못했다는 판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저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조 씨는 2011년 ‘호밀밭의 파수꾼’이란 제목의 화투장 소재 그림을 자신이 직접 그린 그림인 것처럼 속여 A 씨에게 팔아 800만 원을 챙긴 혐의로 지난해 불구속 기소 됐다. A 씨는 대한 대작 의혹이 불거지자 조 씨를 고소했고, 서울중앙지검은 해당 사건을 무혐의로 결론냈다.
그러나 A 씨의 항고로 재수사에 착수한 서울고검이 특정 붓 터치를 조 씨가 할 수 없는 점, 조 씨도 대작을 인정한 점 등을 들어 범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해 조 씨를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조 씨가 성명 불상의 미술전공 여대생이 대신 그린 그림에 도형을 그려넣고 일부 추가 덧칠을 한 다음 자신의 작품인 것처럼 서명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조 씨는 이 사건 이외에도 대작화가 송모 씨 등에게 그림을 그리게 한 뒤 약간의 덧칠 작업만 거쳐 자신의 서명을 넣은 뒤 총 17명에게 그림 21점을 팔아 1억 5300여만 원을 받은 혐의로 2015년 6월 불구속 기소됐다. 1심에서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가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 사건은 검찰의 상고로 대법원에서 심리가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