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온라인 살림’ 합치는 신세계·이마트…쿠팡 넘어설까

입력 2019-02-24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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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유통채널 핵심으로 육성”…‘신선식품 승부’ 라이벌 쿠팡과 차별화 관건

신세계그룹이 ‘한국판 아마존’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온라인 통합법인이 내달 공식 출범한다. 그룹 내 흩어져있던 온라인 사업부를 한 데 모아 국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계 1위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다. 신출점 절벽에 직면한데다 실적까지 부진한 신세계로서는 오프라인 사업을 만회하기 위해 온라인 강화가 절실하다. 하지만 지난해 2조 원대의 실탄을 확보해 확장세에 나서는 쿠팡의 공세가 거침 없다. 신세계가 오프라인의 강점을 접목해 얼마나 차별화 전략을 펼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 3월 1일 온라인 통합 법인 출범 =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마트몰과 신세계몰은 3월 1일을 기일로 합병 법인으로 재탄생한다. 지난해 초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디지털 시프트’를 선언하면서 온라인 시장에 강력한 출사표를 던지고 1년 이상 공들인 결과물이다.

지난해 10월에는 신세계와 이마트의 온라인 사업부를 각각 물적분할해 떼어냈다. 지난달에는 이마트몰은 잔존법인으로, 신세계몰은 소멸법인으로 합병이 결정됐다. 합병 후 온라인 통합법인의 최대주주는 지분율 65.1%를 보유한 이마트가 된다. 신세계는 지분율 34.9%로 2대 주주에 오르며 지분 관계를 정리했다.

지난해 말에는 그룹 내 이커머스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최우정 부사장을 온라인 통합법인 대표로 선임했고, 마이클럽 등 온라인 유통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한동훈 상무보에게 플랫폼을 맡기는 등 조직을 정비했다. 여기에 지난해 11월에는 해외 투자운용사 어피니티와 비알브이 등의 투자 1조 원도 끌어내면서 실탄도 마련했다.

신세계는 통합법인의 온라인 매출을 2023년까지 현재의 5배 수준인 약 10조 원으로 키워 온라인업계 1위에 오르겠다는 야심친 계획을 세웠다. 승부처는 신선식품이다. 미래에셋투자에 따르면 2013년 4조4000억 원이던 국내 온라인 신선식품 시장은 2017년 11조8000억 원으로 급성장했다. 신세계는 최다 3만 개에 이르는 신선식품을 유통하는 오프라인 경쟁력을 신설법인에 이식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물류 및 배송 인프라 확대에 투자하기로 했다. 김포와 용인에서 운영 중인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확장해 수도권을 커버하고, 그 외 지역은 이마트 점포 내 P.P(Picking and Packing) 기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현재 김포에 짓고 있는 추가 온라인 전용센터도 연내 가동해 물류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 쿠팡 공세 이겨낼 수 있을까? = 정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지금까지 신세계그룹의 성장을 백화점과 이마트가 담당해 왔다면 앞으로의 성장은 온라인 신설법인이 이끌게 될 것”이라며 “핵심 역량을 모두 집중해 온라인 사업을 백화점과 이마트를 능가하는 핵심 유통채널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선언했다.

하지만 신세계의 목표인 ‘2023년 매출 10조 원, 온라인 1위’는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미래에셋대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온라인 시장은 옥션과 G마켓 등을 보유한 이베이가 13.5%, 11번가가 8.1%, 쿠팡이 7.1%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신세계는 2.2%에 불과해 신설법인이 온라인 지배력을 크게 끌어올려야 한다는 미션을 부여받았다.

가장 큰 걸림돌로는 이커머스의 라이징 스타인 쿠팡이 꼽힌다. 우선 온라인 시장에서 체급 차이가 크다. 지난해 11월 소프트뱅크로부터 약 2조2000억 원을 투자받은 쿠팡은 약 10조 원의 미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신세계 온라인 신설법인의 추정 기업가치는 약 3조 원에 불과하다. 이마트몰 1조 2000억원, 신세계몰 5000억 원에 어피니티의 투자 예정금액 1조 원을 합한 수치다.

게다가 최근 쿠팡이 공들이는 분야 역시 이마트가 강점으로 내세우는 신선식품이다. 쿠팡의 신선식품 유통 품목수는 약 8200여 개로 아직 이마트(3만 개) 수준에 크게 못 미치지만 쿠팡은 지난달 온라인 업계 최초로 새벽배송 ‘로켓프레시’ 서비스 지역을 전국으로 넓히며 신선식품 사업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특히 지난해 소프트뱅크의 투자 유치 후 쿠팡은 곧바로 고양물류센터 건립 계획을 발표했다. 이 센터는 약 4만 평 규모로 기존 메가 물류센터인 인천과 덕평보다도 1만 평 이상 크다. 또한 각 지역에 신선식품 물류 허브를 구축하는 등 올해까지 물류 인프라를 2배 확장할 계획이다. 쿠팡이 전국 곳곳에 보유한 물류센터는 축구장 151개 넓이에 이른다.

이에 비해 이마트는 지난해 하남에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세울 계획이었지만 주민 반대로 무산되며 지지부진한 상태다. 신세계가 현재 운영 중 또는 계획 중인 물류센터만으로는 쿠팡에 한참 역부족이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은 투자받은 2조 원을 물류센터 확장뿐 아니라 로켓배송 한도를 없애고 상품 카테고리를 전방위적으로 확대하는 공격적인 전략에 쓸 것”이라면서 “이제 걸음마를 떼는 신세계 온라인 통합법인에 최대 위협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신세계의 온라인 통합법인 출범이 온라인 강화보다 정 부회장의 경영권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곱지 않은 시각도 있다. 정 부회장이 신설법인을 발판삼아 그룹 내 지배력을 강화하려 한다는 것. 신설법인의 최대주주가 정 부회장이 이끌고 있는 이마트인 만큼 동생인 정유경 총괄사장보다 그룹 후계구도에서 유리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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