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년연장 논의 앞서 노동개혁 먼저 돼야

입력 2019-02-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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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육체노동자가 일할 수 있는 나이(가동연한)를 종전 만 60세에서 65세로 올리도록 판결했다. 지난 1989년 가동연한을 55세에서 60세로 상향 조정한 이래 30년 만에 바뀐 판례다. 과거보다 크게 늘어난 기대수명과 고령사회 진전 등 시대 변화를 반영해 현실적 기준을 새로 세웠다는 점에서 합당하다.

보험료 지급에 대한 판결이지만, 앞으로 사회·경제 전반에 엄청난 파장을 예고한다. ‘가동연한 65세’는 법정정년 연장부터 시작해,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초연금 수급 연령 상향, 경로우대 등 각종 복지제도 개편 논의를 연쇄적으로 촉발시킬 게 분명하다. 고용과 노동, 연금과 노인복지 등의 여건 변화에 대한 대비책 마련과 관련 제도의 손질도 화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당장 이번 판결이 적용되는 보험 쪽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손해배상액이 커지면서 자동차보험 등의 인상 압박 요인으로 작용해 보험료 납부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가장 큰 후폭풍은 기업의 법정정년 연장을 위한 노동계 요구가 더욱 거세게 표출될 것이라는 점이다. 정부는 정년연장과 관련한 법 개정 추진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입장이지만, 이번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정년연장이 다시 사회적 쟁점화될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현재 논의가 진행 중인 국민연금 제도 개편의 연금수령 연령 조정에도 변수가 될 공산이 크다.

정년연장이나 국민연금 수령 연령 상향 등은 어느 것 하나 단기간 내에 쉽게 풀릴 사안이 아니다. 경제주체들의 심도있는 논의와 함께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특히 정년연장은 경제 전반에 심대한 충격을 가져오게 된다. 기업들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이다.

정년연장은 기업의 지불능력과 임금체계, 노동시장 유연성, 사회보험료 부담 문제와 직결된다. 생산성 증대가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정년이 늘어나면 기업들의 인건비 지출이 많아진다. 경쟁력은 떨어지고 신규 채용 기피로 일자리가 쪼그라들 것은 불보듯 뻔하다. 그렇지 않아도 고용확대가 어려운 경영 현실에서 정년연장은 청년계층과 50∼60대의 갈등을 증폭시키는 요인이다.

노동 가동연한이 60세로 늘어난 건 1989년이었지만, 3년 전인 2016년에야 법정정년 60세가 의무화됐다. 그만큼 우리 경제와 기업이 정년연장 문제를 감당하기 어려웠다는 얘기다.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연공서열 호봉제 등 획일적 임금체계와 정규직 과보호, 정리해고의 기업 자율성이 배제된 경직적 노동시장 구조 탓이 크다.

앞으로 정년연장 논의를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이런 문제들부터 해결되지 않고는 전혀 현실성을 갖기 어렵고, 일자리 사정만 더욱 악화하면서 경제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정년연장 논의에 앞서 고용 유연성 확보를 위한 노동개혁이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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