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인즈 케첩’과 ‘맥스웰하우스’로 유명한 미국 가공식품업체 크래프트하인즈가 막대한 손실을 입으면서 워런 버핏과 함께 회사 2대 주주인 브라질 사모펀드 3G캐피털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크래프트하인즈는 지난 21일(현지시간) 작년 4분기 126억 달러(약 14조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 때문에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도 거액의 분기 손실을 냈다.
그러나 크래프트하인즈의 실적 쇼크에 시장이 들썩이는 이유가 한 가지 더 있다. 2대 주주이자 ‘투자 불패’의 신화로 알려진 3G캐피털의 이력에 오점을 남기게 됐기 때문이다.
브라질 억만장자이자 글로벌 시장의 큰손인 호르헤 레만이 운영하는 3G캐피털은 공격적인 기업 인수·합병(M&A)으로 미국 유명 업체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레만은 ‘가치 투자의 귀재’ 버핏의 50년된 투자 성향까지 바꿨고, 그의 M&A에는 월가도 토를 달지 않는다는 평이 나올 정도다. 레만이 이번 크래프트하인즈의 실적 쇼크 이후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하는 이유다.
1961년 하버드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레만은 스위스 대형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에서 근무하며 금융 경력을 쌓았다. 그 후 1971년 브라질의 골드만삭스라고 불렸던 방쿠 가란티아를 설립, 브라질에서 가장 혁신적인 금융기관으로 키워냈다. 1998년 크레디트스위스에 가란티아를 매각해 6억7500만 달러를 종잣돈으로 확보한 그는 사모펀드 3G캐피털을 설립, 본격적으로 기업사냥에 나섰다.
레만과 버핏의 인연도 이때부터 시작됐다. 1998년 레만이 면도기 제조업체 질레트의 이사회에 들어가면서 버핏을 만났다. 이후 둘은 2013년 하인즈를 230억 달러(약 25조 원)에 인수했고, 2015년에는 480억 달러를 들여 크래프트를 사들인 뒤 하인즈와 통합해 ‘크래프트하인즈’라는 거대 식품 기업을 탄생시켰다.
3G캐피털은 1999년 브라질 맥주업체 암베브 최대 주주 지분을 확보해 중남미 맥주시장을 장악했다. 2004년에는 암베브를 벨기에 맥주회사 인터브루와 합병, 세계 2위 맥주회사 인베브를 탄생시켰다. 2010년에는 미국 햄버거 체인 버거킹을 인수했다.
레만 회장의 투자 철학은 유명하다. 일단 기업을 인수하면 인정사정 없는 비용 절감으로 경영을 정상화한다. ‘버드와이저’로 유명한 세계 3위 맥주업체 안호이저부시 인베브를 탄생시켰을 때나 버거킹을 인수한 뒤에도 임직원을 대거 구조조정했다.
이런 공격적인 투자로 실적을 내오던 레만 회장에게 크래프트하인즈의 부진은 3G캐피털의 명성에 먹칠을 한 것과 다름없다. 안호이저부시 주가도 지난 12개월간 거의 30%나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