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코끼리와 상상(想像)

입력 2019-02-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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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장수로 기네스북에 올랐던 인도의 코끼리가 88살의 나이로 얼마 전에 죽었다. 야생 코끼리의 평균 수명은 약 50살로 알려져 있는데 이 코끼리는 88살까지 살면서 “할머니 코끼리”로 불리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2500년 전의 저서인 ‘한비자’에는 “견골상상(見骨想象)”이라는 말이 나온다. ‘볼 견’, ‘뼈 골’, ‘생각할 상’, ‘코끼리 상’, “코끼리의 뼈를 보고 코끼리를 그려본다”는 뜻이다. 기후변화와 남획으로 황하 이북의 코끼리는 사라지고 그 옛날 코끼리가 죽은 터에 남겨진 거대한 뼈와 상아를 통해 당시 사람들은 실지 코끼리의 모습을 머릿속으로만 그려보는 想象을 한 것인데 이것이 오늘날 “경험하지 못한 것을 마음속으로 그리며 생각함”이란 뜻으로 쓰는 ‘상상(想像)’이라는 말의 어원이다. 처음엔 코끼리를 미루어 짐작해 보는 일인 想象으로 시작했으나 나중에는 무엇이라도 마음속으로 그려보는 활동은 다 ‘想像’이라고 하게 되었으며, 글자도 ‘象’보다 더 많은 것을 내포하는 ‘像(형상 상)’으로 바꾸어 쓰게 되었다. 이후, 象과 像을 크게 분별하지 않고 사용하게 되어 지금은 ‘想像’과 ‘想象’을 통용하고 있다.

코끼리와 관련된 고사성어로 ‘군맹무상(群盲撫象)’도 있다. 각 글자는 ‘무리 군’, ‘맹인 맹’ ‘만질 무’라고 훈독한다. ‘여러 장님들이 코끼리를 만지다’라는 뜻이다. 앞을 볼 수 없는 맹인들이 코끼리를 만져보고서 자기 느낌대로 판단하면 코끼리의 실상과는 전혀 동떨어진 판단을 할 수밖에 없다. 이로부터 群盲撫象은 자기의 좁은 소견과 주관으로 사물을 그릇 판단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 되었다.

사실에 근거하지 않고 자신의 편견과 주관적 상상으로 일을 판단하여 세상을 오도하는 것은 큰 죄악이다. 무책임한 말 한마디가 세상을 온통 혼란에 빠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가짜뉴스를 남발하고 가짜뉴스를 근거로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는 사람을 엄벌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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