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응시(凝視)와 응시(鷹視)

입력 2019-02-27 05:0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오늘은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날이다. 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어 남북한 사이에 진정으로 평화가 정착하고 한민족에게 찬란한 번영이 찾아오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국민 모두 이런 마음이 간절하기 때문에 우리는 북미 정상회담을 중계하는 TV 화면을 뚫어지게 바라볼 수밖에 없다.

사물을 뚫어지게 바라본다는 뜻의 한자어는 ‘응시(凝視)’도 있고 ‘응시(鷹視)’도 있다. ‘凝’은 ‘엉켜 붙을 응’이라고 훈독하고, ‘鷹’은 ‘매 응’이라고 훈독하는데 길들여 사냥에 이용하는 매를 뜻하는 글자이다. ‘視’는 ‘볼 시’라고 훈독한다. 凝視는 눈이 한곳에 엉켜 붙은 것처럼 그곳만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것을 말하고, 鷹視는 사냥감을 찾는 매의 눈처럼 탐내어 겨누어 보는 것을 말한다. 매는 시력이 워낙 좋아서 높은 하늘 위에서도 땅 위를 기어가는 쥐의 움직임까지도 포착할 수 있다고 한다. 매의 시야에 걸려들면 꿩이든 쥐든 달아날 길이 없기 때문에 우리는 삼국시대부터 매를 사냥에 이용하였고, 고려시대에는 아예 응방(鷹坊, 坊:저자골목 방)을 두어 전문적으로 매를 기르고 훈련하여 매사냥을 제도화하였다. 이렇게 훈련시킨 우리나라의 매는 충성스럽고 용맹하기로 이름이 나서 몽고가 세운 원나라의 간섭을 받을 때에는 원나라로부터 매를 공물(貢物)로 바치라는 요구가 끊이지 않았다.

우리 민족의 미래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북미 정상회담을 우리는 凝視도 하고 또 鷹視도 해야 한다. 회담의 결과만을 보려 하지 말고 회담의 전 과정을 뚫어지게 응시하며 북한과 미국의 입장을 확인하고, 그런 가운데 우리 민족에게 진정으로 이로운 방향이 어떤 방향인지를 매의 눈을 뜨고 鷹視하여 그 방향을 선제적으로 잡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미국이든 중국이든 일본이든 겉으로는 한반도의 평화를 적극 지지한다고 말하지만, 내심으로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우리는 눈을 똑바로 뜨고 凝視도 해야 하고 鷹視도 해야 하는 것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한동훈 “尹 탄핵, 통과되지 않도록 노력...대통령 탈당 다시 요구”
  • "이날부로, 한국의 모든 세대가 계엄령을 겪었다" [이슈크래커]
  • 오늘부터 철도노조 총파업…시민들 불편 예상
  • 민주, ‘탄핵 반대’ 與에 “소시오패스적 망국적 발상…을사오적”
  • 尹, '계엄 건의' 김용현 국방장관 사의 수용…석 달 만에 퇴진[종합]
  • [글로벌마켓 모닝 브리핑] 파월 자신감에 시장 환호…다우, 사상 첫 4만5000선
  • 의료보건부터 회계·코딩까지…"국민내일배움카드로 국비 지원 받으세요" [경제한줌]
  • 백악관 “계엄령 선포, 깊은 우려 불러…한국 민주주의 강화 위해 목소리 내겠다”
  • 오늘의 상승종목

  • 12.05 10:49 실시간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38,408,000
    • +2.36%
    • 이더리움
    • 5,370,000
    • +3.61%
    • 비트코인 캐시
    • 806,000
    • -0.86%
    • 리플
    • 3,163
    • -12.18%
    • 솔라나
    • 317,900
    • -5.33%
    • 에이다
    • 1,595
    • -6.07%
    • 이오스
    • 1,820
    • -8.36%
    • 트론
    • 461
    • -13.83%
    • 스텔라루멘
    • 670
    • -7.46%
    • 비트코인에스브이
    • 110,900
    • +2.21%
    • 체인링크
    • 32,810
    • -4.09%
    • 샌드박스
    • 1,231
    • +14.41%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