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금융권에 따르면 2016~2017년 대우조선이 수은에 2조3000억 원 규모의 영구채를 발행한 이후 그 이자만 매년 220억 원 정도씩 쌓이고 있다. 2021년에는 그 규모가 1100억 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처럼 이자가 쌓이고 있는 것은 영구채 자체의 특성 때문이다. 영구채에는 두 가지 특징이 있다. 만기가 길 뿐만 아니라, 계속 연장할 수 있다. 또 발행자에게 이자 상환을 안 해도 되는 권리가 있다. 소위 ‘이자지급 정지’다. 당시 재무상황이 좋지 않았던 대우조선은 이 두 번째 요건을 활용해 지금까지 이자 상환을 미뤄왔다. 당시 이자율은 1%대로 책정됐다. 낮은 편이지만 원금 자체가 워낙 커 매년 220억 원씩 이자가 쌓여 680억 원 규모에 이르렀다.
문제는 현재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M&A)에 따라 이 영구채가 현대중공업의 부담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점이다. ‘영구채 폭탄’을 상환해야 할 시점이 오면 현대중공업의 재정적 부담이 커질 것이란 우려다. 이동걸 산은 회장도 최근 “(수은 영구채 문제가) 협상이 안 되면 딜(대우조선 매각)이 안 될 수도 있다”며 수은 영구채를 대우조선 매각의 주요 리스크로 지목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을 품은 뒤 쌓인 이자를 상환하지 않을 도리는 없다. 영구채 조건을 보면 직전 12개월 동안 배당금지급결의를 하거나, 출자전환을 하는 경우 등에는 ‘이자지급정지’가 무효가 된다. 채권을 상환할 능력이 생기거나, 채권의 효력이 끝나는 경우에는 지금까지의 이자를 갚아야 하는 셈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의 재무상태나, 조선업 전망 등을 고려하면 분명 영구채 이자를 갚아야 할 시점이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금 상황에서 관건은 ‘이자 부담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다. 출자전환 여부와 그 시기, 이자율 조정 등이 주요 안건들로 지목된다. 특히 채권단에서는 2022년 이후 이자율이 큰 폭으로 오르는 ‘스텝 업’ 조항을 당면한 핵심 사안으로 지목한다. 2016~2017년 발행한 영구채의 이자지급 조건에 따르면 2022년부터 이자율은 5년 만기 공모 무보증회사채 기준수익률에 매년 0.25%포인트를 더한 값으로 하기로 했다.
업계는 최저 5%, 많으면 7%까지 이자율이 높아질 것으로 예측한다. 그렇게 되면 매년 이자 부담은 880억~1500억 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 재무구조가 상대적으로 튼튼한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을 품고, 그만큼 상환의 불확실성도 줄어드는 만큼 금리 인상 조건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 현대중공업의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영구채 출자전환을 논의하는 것은 지금 조선업황이나 주식시장 등 상황에서는 시기상조”라며 “현시점에서 영구채의 금리 인상 여부가 양측의 가장 핵심 쟁점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