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2019년 2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의 수출액은 395억6000만 달러다. 지난해 같은 달(445억2400만 달러)과 비교하면 11.1% 줄어들었다. 한국의 월간 수출 성적(전년 동월 대비)이 악화한 것은 지난해 12월 이후 석 달째다. 수출 감소 폭도 12월 1.3%, 1월 5.8% 등으로 커지고 있다.
산업부는 반도체 가격 하락, 중국 경기 둔화와 함께 지난달 설 연휴를 수출 부진 요인으로 꼽았다. 그러나 지난해 2월과 비교하면 연휴로 줄어든 조업 일수 차이는 0.5일에 불과하다. 연휴 효과를 배제한 하루(日) 평균 수출액도 20억8200만 달러로 지난해(22만8300만 달러)보다 8.8% 줄었다.
13대 수출 주력품목(반도체, 일반기계, 자동차, 선박, 석유화학, 무선통신기기, 석유 제품, 철강, 평판디스플레이, 자동차부품, 섬유류, 가전, 컴퓨터) 가운데는 기계와 자동차, 철강을 제외한 10개 품목의 수출 실적이 뒷걸음질 쳤다.
지난해 수출 호황의 주인공이던 반도체 수출액은 67억7300만 달러로 지난해(90억400만 달러)보다 24.8% 급감했다. 스마트폰과 데이터센터 등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데다 수출 단가에 내림세기 때문이다. 지난해 2월과 비교해 8기가 D램 반도체 가격은 9.3달러에서 5.8달러로 37.6%, 128기가 낸드플래시 가격은 6.7달러에서 5.0달러로 25.4% 떨어졌다. 다만 산업부는 올 하반기 반도체 공급 과잉이 해소되고 가격이 올라가면 수출 실적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석유제품(28억5500만 달러)과 석유화학(34억8700만 달러) 수출액도 각각 14.0%, 14.3% 줄었다. 유가 하락은 멈춰섰지만 미국에서 공급을 늘리면서 수출 단가가 하락한 탓이다. 지난해 석유제품과 석유화학은 고유가에 힘입어 각각 사상 최대 수출 실적을 거뒀다. 디스플레이 수출(14억6300만 달러) 역시 LCD 수요 부진과 중국발(發) 저가 공세에 11.0% 떨어졌다.
다만 기계(37억8400만 달러)와 자동차(28억8200만 달러), 철강(26억7900만 달러) 수출은 지난해보다 각각 2.7%, 2.7%, 1.3% 늘었다. 기계류 수출은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 수요에 힘입어 수출 품목 2위로 올라섰다. 자동차와 철강 역시 각각 신형 SUV・친환경차와 대미(對美)·대일(對日) 수출을 앞세워 선전했다.
수출 지역별로는 대중(對中) 수출액이 지난해 115억2000만 달러에서 95억2000만 달러로 17.4% 급감했다. 중국 경기가 둔화하고 수출 단가가 떨어지면서 반도체, 석유화학, 철강 등 주력 품목 수출이 부진했던 영향이다.
아세안(73억5000만 달러)과 EU(40억3000만 달러) 지역으로의 수출도 1년 전보다 각각 3.2%, 8.5% 감소했다. 다만 대미 수출(54억3000만 달러)은 자동차와 무선통신기기가 선전한 덕에 1년 전보다 16.0% 증가했다.
지난달 수입액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2.6% 줄어든 364억6600만 달러다. 수출액에서 수입액을 뺀 무역수지는 30억9800만 달러 흑자로 85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정부는 수출 실적 악화를 끝내기 위해 4일 관계 부처 합동으로 '수출활력 제고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무역 금융 지원 강화, 중장기적 체질 개선 등의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최근의 대외 수출여건에 대해 엄중하게 인식하고 1월부터 범정부 역량을 결집하여 수출기업과 함께 총력 대응하고 있다”며 “수출활력 제고 대책을 기반으로 중소기업, 농식품, 바이오·헬스, 한류 연계 문화콘텐츠, 서비스산업 해외진출 지원방안 등 분야별 대책도 순차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