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50돌 맞은 대한항공 "역경 딛고 100년 도약"

입력 2019-03-04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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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8대로 시작…44개국 124개 도시 취항 글로벌 항공사 도약

▲1969년 3월 6일, 김포공항에서 거행된 대한항공공사 인수식. 사진제공 대한항공
▲1969년 3월 6일, 김포공항에서 거행된 대한항공공사 인수식. 사진제공 대한항공

국내 최초의 민영항공사 대한항공이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지금으로부터 50년 전인 1969년 3월 1일. 대한항공은 만성적자를 내던 국영 대한항공공사를 인수하며, 구형 프로펠러기 7대와 제트기 1대로 출범했다.

당시 아시아 11개국 중에서도 가장 후발주자로 시작한 대한항공은 현재 166대의 항공기를 보유한 전세계 글로벌 항공사로 발돋움했다.

대한항공은 반 세기 동안 지구 25만4679바퀴를 돌며 7억 명이 넘는 여객들을 수송했으며, 연 매출액과 취항 노선 규모도 각각 3500배, 37배 성장시켰다.

대한항공은 50주년을 기점으로, 최근 몇 년간 잇단 오너리스크로 침체됐던 분위기를 추스리고 새로운 100년을 향해 재도약하겠다는 목표다.

◇ 만성적자기업 인수하며 사이공 하늘길 뚫어 = “만인에게 유익하다고 생각되는 사업이라면 만가지 어려움과 싸워 나가며 발전시키는 게 기업의 진정한 보람이 아니겠는가?”

고(故)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가 1969년 적자기업 국영 대한항공공사 인수 당시 임직원들을 설득한 내용이다.

당시 대한항공은 국영 대한항공공사를 인수해 새롭게 태어난 신생 민간 항공사일 뿐이었다. 국가간 외교 문제, 한-미 항공협정에 따른 노선 제한 등 걸림돌도 많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창립 7개월 만에 가장 먼저 뚫은 하늘길은 파병을 비롯해 한국 건설사 진출로 수요가 폭증하는 사이공(현 호치민) 노선이었다. 당시에는 비행기 하나로 여러 노선을 거쳐야 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서울-오사카-타이베이-홍콩-호치민-방콕’ 노선이 대한항공의 첫 국제선이라고 볼 수 있다.

▲1972년 4월 19일, 대한항공 B707 여객기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첫 취항했다. 사진제공 대한항공
▲1972년 4월 19일, 대한항공 B707 여객기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첫 취항했다. 사진제공 대한항공

◇ 그리운 해외 동포들의 전령사 = 1972년 4월 19일. 태극 마크가 선명한 B707 여객기가 하와이 공항에 모습을 드러냈다. 공항에는 몇 시간 전부터 태극기를 손에 들고 한국 비행기를 기다린 한국인 동포들로 가득했다.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으로 태평양을 건넌 대한항공 여객기가 하와이 공항에 도착했을 당시 모습이다.

대한항공은 1970년대 태평양은 물론 유럽 및 중동에 하늘 길을 잇따라 열어갔다. 이를 위해 1972년 9월 조중훈 창업주는 사상 초유의 자금을 투입해 보잉747 점보기 도입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특히 1975년 개설된 바레인 노선은 사막의 땅에서 피땀을 흘리던 우리 노동자들에게 고향의 소식을 실어 나르는 전령사였였으며, 1979년 첫 취항한 뉴욕 노선은 교민들이 고향으로 한숨에 달려갈 수 있는 수단이었다.

◇ '88올림픽 공식 항공사' 시작으로 대한민국 홍보대사 = 1985년 '88서울올림픽' 공식 항공사로 지정된 대한항공은 항공기 태극 마크에 올림픽 휘장을 달고 대한민국을 전 세계에 알리는 데 일조했다.

대한항공 특별기 KE1988편으로 그리스 올림피아 헤라신전에서 채취한 성화를 수송했으며, 헝가리 선수단을 수송하기 위해 부다페스트 노선을 운항했다.

1988년 서울-런던, 서울-밴쿠버-토론토 노선을 추가으며 이듬해 해외여행 자유화가 이뤄지면서 서울-도쿄-L.A., 서울-삿포로, 서울-싱가포르-자카르타, 서울-사이판-괌 등의 노선도 연이어 개설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에도 공식 항공사로 선정된 대한항공은 축구선수가 축구공을 오버헤드 킥으로 차는 역동적인 장면을 항공기에 래핑해 전 세계의 하늘을 누볐다. 월드컵 홍보 그래픽을 그려 넣은 공항 리무진 버스를 20여대도 운영했다.

▲2000년 6월 23일, 대한항공은 대한항공은 델타항공, 에어프랑스, 아에로멕시코 등 4개사와 스카이팀을 첫 결성했다. 사진제공 대한항공
▲2000년 6월 23일, 대한항공은 대한항공은 델타항공, 에어프랑스, 아에로멕시코 등 4개사와 스카이팀을 첫 결성했다. 사진제공 대한항공

◇ 스카이팀·평창올림픽·IATA총회 중심에 조양호 회장 = 1992년 대한항공을 본격적으로 진두지휘하기 시작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2000년 6월 델타항공, 에어프랑스, 아에로멕시코 등과 전세계 항공 동맹체인 ‘스카이팀’ 창설을 주도했다.

현재 스카이팀은 175개 국가 1150여도시에서 매일 1만4500편의 항공편을 운항하는 대표적 항공 동맹체로 성장했다. 연간 수송 승객 숫자는 6억3천만명이 넘는다.

아울러 2008년 2월에는 조 회장의 주도로 세계 최고의 박물관으로 꼽히는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 대한항공이 한국어 안내서비스 제공을 시작했다. 그 외 러시아 에르미타쥬 박물관에는 2009년 6월, 영국 대영박물관은 2009년 12월부터 한국어 안내서비스를 시작했다.

2009년 9월에는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유치위원장 및 조직위원장을 각각 역임하며 수년간 대회 성공 개최를 견인했다. 국내 후원사 중 최고 등급인 공식 파트너(Tier1)로 500억원 이상을 후원하기도 했다.

올해 6월에는 ‘항공업계의 UN 회의’라 불리는 IATA 연차 총회를 대한항공이 주관한다. 세계 각계에서 1000여 명 이상의 항공산업 관련 인사들이 참석하는 최대 규모의 회의이자, 한국에서는 처음 열리는 만큼 대한항공에게도 의미가 크다.

IATA는 현재 전 세계 120개국 287개 민간 항공사들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으며, 국제항공업계의 정책 개발, 규제개선, 업무 표준화 등 항공산업 발전 및 권익을 대변하고 있다.

조 회장은 IATA 최고 정책 심의 및 의결기구인 집행위원회(BOG) 위원이자, 31명의 집행위원회 위원 중 별도 선출된 11명의 전략정책위원회(SPC)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대한항공이 2008년 2월 13일, 루브르 박물관 한국어 안내 서비스를 최초로 후원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한국어 서비스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제공 대한항공
▲대한항공이 2008년 2월 13일, 루브르 박물관 한국어 안내 서비스를 최초로 후원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한국어 서비스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제공 대한항공

◇ 역경 이겨내고…새로운 100년으로의 도약 = 대한항공은 4일 서울 공항동 본사에서 대규모 외부행사 없이 임직원 1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창립 50주년 기념식을 열었다.

대한항공은 최근 몇 년간 오너리스크 등으로 부침을 겪었으며, 특히 지난해 불거진 총수 일가의 각종 '갑질' 논란이 완전히 사그라들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대한항공은 50년을 기점으로 새로운 100년으로의 도약을 위해 힘찬 날갯짓을 시작할 계획이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각 사업부문에서 맞춤형 전략을 마련했으며, 고객 신뢰를 높이고 주주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2023년 16조 원 매출을 달성하고 보유 항공기는 190대로 확대할 예정이다. 지속적인 재무구조 개선으로 2023년까지 차입금 11조원, 부채비율은 395% 수준으로 낮출 계획이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은 이날 기념식에서 “지난 50년 동안 대한항공의 두 날개는 고객과 주주의 사랑, 그리고 국민의 신뢰였다”면서 “사회 구성원 모두가 더 나은 삶을 꿈꿀 수 있도록 날개가 되어 드리는 것이 우리가 함께 만들어갈 대한항공의 새로운 100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항공은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다양한 이벤트도 마련했다. 4월 23일까지 대한항공 첫 국제선 노선인 인천-호찌민 KE681편에 다양한 고객을 초청할 예정이다.

또 4월 23일부터 5월 말까지 1969년부터 현재까지 사용됐던 11종의 유니폼을 모두 착용한 객실승무원이 LA, 도쿄, 베이징, 시드니, 제주 등 대표 노선에 탑승해 서비스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대한항공은 50주년 기념 엠블럼과 슬로건 ‘Beyond 50 Years of Excellence’을 항공기 10대에 래핑해 연말까지 운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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