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곤 회장 타계] 인화·인재를 강조한 선진 리더십…"사람이 두산의 미래"

입력 2019-03-04 13:44 수정 2019-03-04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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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8월 두산그룹 창업 100주년 축하 리셉션에서 박용곤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두산그룹
▲1996년 8월 두산그룹 창업 100주년 축하 리셉션에서 박용곤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두산그룹

"인재가 두산의 미래를 만드는 힘, 두산의 간판은 두산인들입니다."

“나야 두산에 잠시 머물다 갈 사람이지만 두산인은 영원합니다.”

“기업은 바로 사람이고 기업을 경영한다는 것은 곧 사람을 어떻게 다루느냐는 것과 일맥상통합니다.”

고(故) 박용곤 명예회장은 그 누구보다 '사람'을 중요시했다.

1981년 그룹 회장직에 오른 이후 '모든 사원이 일생을 걸어도 후회 없는 직장이 되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인재가 두산의 미래를 만드는 힘이다”라고 항상 강조했다.

인화로 뭉쳐 개개인의 능력을 집약할 때 자기실현의 발판이 마련되고, 여기에서 기업 성장의 원동력이 나온다는 것.

또 인화에 앞서 '공평'이 전제되도록 노력했다. 여기서 그가 강조하는 공평은 획일적 대우가 아닌 능력과 업적에 따라 신상필벌이 행해지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선진적인 경영방식을 도입하는 등 다양한 혁신을 시도했다. 회장 재임 시 국내 기업 처음으로 연봉제를 도입하고 대단위 팀제를 시행했다.

1994년에는 직원들에게 유럽 배낭여행 기회를 제공했고, 1996년에는 토요 격주휴무 제도를 시작했다. 또 여름휴가와 별도의 리프레시 휴가를 실시하기도 했다.

두산그룹 출신 한 원로 경영인은 “바꾸지 않으면 생존하지 못한다는 생각을 갖고 계셨던 분이다. 새로운 경영기법이나 제도가 등장하면 남들보다 먼저 해보자고 하셨다”고 회고했다.

인재 중심 경영이 '소통 방식'에서도 고스란히 묻어났다. 그는 모든 결정의 중심에 있었지만 상대의 말을 끝까지 경청한 뒤 자신의 뜻을 짧고 간결하게 전했다. 사업적 결단의 순간 때도 그는 실무진의 의견을 먼저 다 듣고 나서야 입을 열어 방향을 정했다.

한 번 일을 맡기면 상대방을 신뢰하고 오래도록 지켜보는 ‘믿음의 경영’을 실천한 셈이다. 두산 직원들은 “세간의 평가보다 사람의 진심을 믿었고, 다른 이의 의견을 먼저 듣고 존중하던 ‘침묵의 거인’이셨으며 주변의 모든 사람을 넉넉하게 품어주는 ‘큰 어른’이셨다”고 말한다.

그는 투자에도 적극적이었다. 그룹회장을 맡은 이후 1985년 동아출판사와 백화양조, 베리나인 등의 회사를 인수하며 사업영역을 확대해 나갔다.

1990년대에는 시대 변화에 발맞춰 두산창업투자, 두산기술원, 두산렌탈, 두산정보통신 등의 회사를 잇따라 설립했다.

그가 "새로운 시도와 부단한 혁신을 통해 두산의 100년 전통을 이어갔고, 더 나아가 두산의 새로운 100년을 위한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경영 위기 때에도 '혁신 기조'는 잃지 않았다. 1995년 경영위기 타개를 위해 당시 주력이던 식음료 비중을 낮추면서 유사업종을 통폐합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또 33개에 이르던 계열사 수를 20개 사로 재편했다. 두산의 대표사업이었던 OB맥주 매각을 추진하는 등 획기적인 체질 개선작업도 주도해 나갔다.

이 같은 선제적인 조치에 힘입어 두산은 2000년대 한국중공업, 대우종합기계, 미국 밥캣 등을 인수하면서 소비재 기업을 넘어 산업재 중심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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