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이코노미] '광해' 대동법이 말하는 '공평과세'…2019년엔 어떤 모습일까

입력 2019-03-04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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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민 하선은 임금의 역할을 대리 수행하면서 “나에겐 그대들이 말하는 사대의 예보다 내 백성들의 목숨이 백 곱절 천 곱절 더 중요하단 말이오!”라며 허례 의식만 좇는 신하들을 크게 꾸짖는다.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천민 하선은 임금의 역할을 대리 수행하면서 “나에겐 그대들이 말하는 사대의 예보다 내 백성들의 목숨이 백 곱절 천 곱절 더 중요하단 말이오!”라며 허례 의식만 좇는 신하들을 크게 꾸짖는다.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하나만 물어봅시다. 대동법이라는 것이 참 좋은 법 같소. 그런데 왜 이 좋은 것을 1년도 시행하지 않고 폐지했단 말이오? 이유가 무엇이오?”

"...그건 아무것도 아니고, 그냥 정치이옵니다."

권력 다툼과 붕당정치로 혼란이 극에 달한 광해군 8년. 왕 광해(이병헌 분)는 자신의 방패막이로 내세울 대역을 찾다가 본인과 외모가 비슷한 천민 하선(이병헌 분)을 찾게 된다. 이후 저잣거리 만담 꾼이던 하선은 임금의 역할을 흉내 내기 위해 왕의 역할을 공부한다. 그러던 중 백성에게 꼭 필요한 대동법이라는 것이 1년도 되지 않아 폐지된 것을 발견하고 매우 의아해한다.

조선 시대 세금은 크게 전세, 역, 공납으로 나눌 수 있다. 공납은 정부에서 필요한 물건이나 지방의 특산물을 현물로 내는 세금 제도다. 사과가 유명한 지역에서는 사과를, 곶감이 유명한 지역에서는 곶감을 세금으로 냈다. 자연재해로 인해 특산물 생산에 차질이 생겨도 꼭 지정된 특산물을 납부해야 했다. 이 때문에 백성들은 높은 수수료를 내고 특산물을 대신 내주는 방납업자와 거래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공납의 폐해는 영화 속 사월(심은경 분)의 입을 통해서도 전달된다.

“소인의 아버지는 산골 소작농이었사옵니다. 어느 날부터 관아에서 세금으로 전복을 내라고 해, 빚을 내 전복을 구해왔습니다. 빚이 빚을 낳아 빚이 불어나다 보니 결국 집을 빼앗겼고, 아버지까지 옥살이하게 되었나이다.”

▲천민 하선은 가난한 백성의 부담을 줄여주는 대동법이 꼭 필요한 법이라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추진하려 한다.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천민 하선은 가난한 백성의 부담을 줄여주는 대동법이 꼭 필요한 법이라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추진하려 한다.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광해가 이런 공납의 폐해를 막고자 만든 것이 대동법이었다. 대동법은 특산물을 공물로 바치는 대신 미곡(쌀)으로 납세하도록 한 법이다. 또한, 백성들은 각자가 소유하고 있는 토지의 많고 적음에 비례해 미곡을 납부했다. 토지를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은 더 많은 쌀을 내고, 토지를 적게 가지고 있는 사람은 더 적은 양의 쌀을 냈다.

이 법에 따라 이전에는 공납을 내지 않았던 양반 지주들도 대동미를 내게 됐다. 양반들은 자신들이 소유한 땅에 대해 토지세를 내고 있음에도, 다시 공물이라는 명목으로 대동미까지 내게 되자 심하게 반발했다. 지주들은 토지 1결당 대동미 12두가 부과된 공납에 큰 불만을 가졌다. 양반·지주들의 반발로 함경도 평안도를 제외한 전국에서 대동법이 시행되는 데에는 약 100년의 세월이 걸리게 된다.

대동법은 현대판 ‘재산세’ 혹은 ‘종합부동산세’라고 볼 수 있다. 재산세는 토지나 주택, 건물 등을 소유한 사람에게 지방자치단체가 부과하는 지방세다. 종합부동산세는 일정한 가격 이상의 토지와 주택 소유자에게 별도의 누진세율을 적용하는 국세다. 즉, 땅을 가진 사람에게 그 땅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고, 많이 가진 사람에게는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고자 했던 대동법이 2019년에도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재산과 땅이 많을수록 세금을 많이 내고, 가난한 백성의 부담은 줄이는 대동법은 ‘공평 과세’의 시초로 볼 수 있다. 공평 과세는 소득 규모 또는 계층에 따라 공정하게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정부는 공평 과세를 통해 계층 간 양극화를 해결하려는 것이 목적이다. 궁극적으로는 경제민주화와 공정사회 달성을 추구한다. 현재 정부는 공평 과세를 실현하기 위해 공평 과세위원회, 공평 과세추진평가위원회, 국세 행정위원회 등의 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광해는 굳은 의지로 대동법을 추진하지만, 양반지주들의 거센 반발로 대동법을 전국적으로 시행하기까지 100년의 시간이 걸렸다.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광해는 굳은 의지로 대동법을 추진하지만, 양반지주들의 거센 반발로 대동법을 전국적으로 시행하기까지 100년의 시간이 걸렸다.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공평 과세를 제도적으로 시행하고 있지만, 계층 간 양극화는 날로 심해지고 있다. 통계청이 공개한 가계동향에 따르면, 소득 하위 20%에 해당하는 저소득층 `가구의 지난해 4분기 월평균 소득은 123만8000원이다. 이는 1년 전 같은 기간 대비 17.7%가 줄어든 수치로, 통계청이 가계 동향 통계를 발표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반면, 소득 상위 20%에 해당하는 고소득층 가구 월평균 소득은 932만4000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0.4%가 늘었다. 이에 상위 20% 평균 소득을 하위 20% 평균 소득으로 나눈 소득 5분위 배율은 1년 전 4.61보다 크게 높아진 5.47을 기록했다. 1년 사이 빈부 격차가 더욱 심화했다는 뜻`이다.

“땅을 열 마지기 가진 이에게 쌀 열 섬을 받고, 땅 한 마지기 가진 자에게 한 섬을 받겠다는데 무엇이 잘못됐다는 말인가?”

대동법에 반대하는 관료들에게 외치는 광해군의 대사다. 대동법이 시행된 지 약 350년이 흘렀다. 2019년, 광해가 이루고자 했던 공평 과세의 정신이 얼마나 잘 지켜지고 있는지 정부가 돌아봐야 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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