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이 최종 타결되면 한국과 일본, 대만 등 아시아 내 미국 동맹국들이 수출에 막대한 타격을 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이 미국의 압박에 못 이겨 엄청난 규모로 미국산 제품을 수입하면서 한국의 수출이 향후 5년간 매년 230억 달러(약 26조 원) 줄어들 전망이라고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바클레이스의 분석을 인용해 보도했다. 손실 규모는 한국 전체 수출의 약 3.1%에 달한다.
이는 중국이 2019~2024년 추가로 총 1조3500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산 제품을 수입할 것이라는 가정 하에 이뤄진 분석이다. 이 수치는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이 지난해 12월 언급했던 1조2000억 달러에 가까운 것이라고 WSJ는 덧붙였다.
현재 미·중 무역협상은 최종 단계에 이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중국이 천연가스와 농산품, 자동차와 관련 부품 등을 미국으로부터 수입하면서 그만큼 아시아 국가들의 대중국 수출이 감소할 것이라는 논리다.
바클레이스는 향후 5년간 일본은 수출이 연간 280억 달러(전체 수출의 3.0%), 대만은 200억 달러(3.2%) 각각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10개국의 수출 손실은 연간 260억 달러로 추정됐다.
또 소식통들에 따르면 중국은 무역합의의 일환으로 미국 액화천연가스(LNG) 업체 셰니에르에너지로부터 180억 달러에 달하는 LNG 수입을 약속할 것으로 보인다. 수입 계약 기간은 확실하지 않지만 일반적으로 LNG 구매 계약은 10년 이상이다.
그만큼 그동안 LNG 부문에 거액의 투자를 해왔거나 실시할 예정이던 미국의 동맹국인 호주와 캐나다가 피해를 보게 된다. 캐나다는 지난해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 300억 달러 규모의 LNG 시설을 건설하는 계획을 승인했다. 대중국 LNG 수출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호주는 최근 석탄 수요가 주춤하자 LNG에 초점을 맞춰왔다. 바클레이스는 호주가 앞으로 5년간 연간 30억 달러의 수출 손실을 볼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WSJ는 이런 대규모 무역흐름의 변화가 단기간에 실현될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중국으로 향하는 일본산 자동차의 일부가 미국으로 수출처를 바꾸는 등 각국이 대응책을 마련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미·중 무역합의가 내포한 리스크는 아시아에서 중국의 부상에 대응하고자 미국이 의지해야 할 동맹국 경제에 심각할 타격을 줄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중국 정부에 이는 완벽한 거래일 수 있다고 WSJ는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