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베스트셀러카가 맞붙는다면?

입력 2008-07-03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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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미쓰비시가 3일 한국시장 진출을 선언할 예정인 가운데, 국내 완성차업계에 일본차에 대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현대차도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자사 모델과 일본차의 비교시승회를 열며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

현대차가 가장 의식하는 모델은 렉서스 ES350과 혼다 어코드. 렉서스 ES350의 경우는 그랜저와, 어코드는 쏘나타와 각각 비슷한 사양을 보여주고 있다. 현대차는 렉서스 ES350의 강점이 ‘정숙성’에 있다고 보고 그랜저의 정숙성도 이에 못지않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그랜저는 ES350보다 정숙성에서 앞설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실제 도로주행에 나서봤다. 이번 시승은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그룹 사옥을 출발해 충남 서산의 현대파워텍 주행시험장까지 이어지는 코스로 진행됐다.

우선 그랜저와 ES350은 두 차 모두 공회전 때 시동을 다시 걸 정도로 조용했다. 하지만 시트 디자인은 ES350이 조금 더 편하다는 것이 동승한 기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그랜저는 앞좌석의 경우 엉덩이가 맞닿는 쿠션 부분이 밋밋했으며, 뒷좌석은 큰 문제가 없었으나 ES350이 좀 더 편안한 자세를 만들어주었다.

가속감은 중저속에서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두 차 모두 훌륭했다. 터보 엔진을 단 독일차들처럼 폭발적인 가속감을 보여주지는 않았으나, 일반적인 주행에서는 부족함이 없었다.

그러나 그랜저는 시속 150km에서 가속을 시도하면 소음이 급격히 증가했다. 또한 상대적으로 가속시간도 오래 걸렸다. 반면 ES350은 소음이 완만하게 증가해 대조를 보였다. 그랜저가 상대적으로 고속 주행에서 힘겨워 하는 모습이 여러 차례 보였다.

이런 결과는 두 차의 출력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그랜저 3.3은 233마력, ES350은 277마력이다. 또한 변속기의 메커니즘 차이도 그 원인으로 보인다. 그랜저는 자동 5단 변속기지만 ES350은 자동 6단이다. 5단에서 6단으로 올라갈 경우 연비개선 효과와 함께 변속충격, 소음, 파워 증대의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원가가 올라가므로 메이커에서 이를 제품에 반영하기는 쉽지 않다.

바닥에서 올라오는 하체 소음의 경우도 미세하지만 그랜저가 조금 더 크게 들렸다. 하체 소음은 차체의 방음, 방청제와 소음차단제가 좌우하는데, 소음이 크다는 것은 하체 부위에 이 설계가 미흡하다는 뜻이다.

결론적으로 그랜저의 이번 도전은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다만 그동안 벌어진 일본차와의 격차를 크게 줄였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쏘나타, AGCS 효과 ‘눈길’

2라운드에서 맞붙은 차는 현대 쏘나타와 혼다 어코드다. 쏘나타는 1988년 출시 이후 국내 자동차 시장의 명실상부한 베스트셀러이고 어코드는 미국 승용차 시장의 베스트셀러다. 이 두 차의 비교 포인트로 현대차는 주행안정성을 내세웠다. 쏘나타에 적용된 AGCS(주행안정성 제어시스템)가 어코드에 달려있지 않기 때문에 주행안전성에서 앞선다는 얘기다.

이번 비교 시승장에는 러버콘이 넓은 간격으로 배치되어 선회능력을 알아보기 쉽게 했다. 먼저 쏘나타의 차례. 비교시승에 나선 쏘나타 F24는 좌우로 이어지는 빠른 회전에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장애물을 빠져나갔다.

쏘나타에 적용된 AGCS는 차에 미끄러짐이나 흔들림이 일어난 이후에 작동하는 VDC(주행안정장치)와 달리, 작동이 예상되는 시점에 미리 작동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VDC에 비해 주행안정성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

어코드는 장애물을 피할 때 상대적으로 많이 미끄러지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쏘나타와의 차이가 너무 커서 차를 한번 살펴보았더니, 타이어의 마모상태에 문제가 있었다. 쏘나타는 갓 뽑은 새차 수준의 타이어를 달고 있었으나 어코드의 타이어는 마모가 상당히 심했다.

게다가 어코드는 215/60R16, 쏘나타 F24는 225/50R17(옵션 사양) 사이즈의 타이어를 달고 나왔다. 이 정도 사이즈 차이는 성능에 꽤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동등한 상황에서의 비교라고 하기가 힘들다. 테스트를 준비한 현대차도 차를 마련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겠지만, 최소한 같은 조건에서 비교를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쏘나타의 주행안정성은 꽤 괜찮은 수준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현대차는 AGCS로 국내에서 장영실상을 수상했다는데, 세계적으로도 특허를 두루 얻어내면 좋을 듯하다.

현대차가 최근 적극적으로 실시하는 비교시승 행사는 국산차의 현주소를 알아보는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이를 통해 개선할 점을 찾고, 차기 모델에 반영한다면 일본차와의 격차를 더욱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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