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 경영” vs “노조 독단”...은행권 우리사주, '양날의 칼'

입력 2019-03-07 05:00 수정 2019-03-07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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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경영 참여 입김 확대 장점...노사 의사결정 분쟁 유발 우려도

국내 시중은행의 우리사주조합이 지분을 늘리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감지되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리사주의 사실상 운영권을 쥔 노동조합으로서는 회사에 대한 ‘주인 의식’을 높이고 주주총회에서 발언권이 강화된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사측으로서는 ‘경영권 보장’ 측면에선 부담이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 우리사주조합은 현재 0.55%(약 250만 주)의 지분을 3%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재원은 조합원당 2000만 원의 대출을 통해 조달한다. 2만여 명의 조합원 수준을 고려하면 최대 4000억 원까지 조달할 수 있다는 게 조합의 입장이다. 여기에 KB국민은행 임금단체협상에서 우리사주조합에 출연하기로 협의된 보로금 100% 상당의 금액(650억 원)과 기출연액(300억 원)을 더하면 산술적으로 최대 1130만 주를 우리사주 지분으로 확보할 수 있다.

국내 은행 중 최대 규모의 우리사주조합 지분율(6.39%)을 가진 우리은행도 지분 늘리기에 나섰다. 우리은행 노조 관계자는 “우리사주조합 지분을 10%까지 늘려 최대 주주로 올라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기존에도 매월 30만 주씩 사들이고 있지만, 뚜렷하게 지분을 늘리기에는 미흡하다. 이에 우리사주조합은 예금보험공사가 지닌 지분(18.32%)을 일부 가져오는 방식을 고려 중이다. 계획대로라면 우리은행의 우리사주조합은 우리금융의 최대주주로 올라설 가능성도 열린 것이다.

우리사주는 근로자가 자신이 근무하는 회사의 주식을 취득할 수 있는 제도를 통해 취득한 주식을 말한다. 주식을 미리 정해둔 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인 스톡옵션과는 ‘주인 의식’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선 공통분모를 갖지만, ‘노사 관계’를 도출한다는 정책적인 측면에서 성격이 조금 다르다. 우리사주조합을 대개 회사의 노조가 운영하는 이유다.

노조가 우리사주조합의 자체 지분을 늘리려는 이유는 명확하다. 회사 경영에 대해 노조가 ‘큰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다. 조합의 지분이 늘어날수록 향후 주주총회에서 ‘노동자의 입장’이 더 강하게 반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KB국민은행 노조가 주주제안을 통해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려는 것도 이러한 맥락을 같이한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에 따르면 6개월 이상 보유한 지분 0.1% 이상의 주주 동의를 받으면 주주총회일 6주 전까지 주주제안을 할 수 있다. 지난번 KB금융 우리사주조합은 0.194%의 지분으로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는 주주제안을 한 바 있다. 류제강 KB금융 우리사주조합장은 “향후 늘어나는 지분에 따라 제안하는 ‘힘’도 더 강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단점도 뚜렷하다. 노조가 지분을 늘려간 만큼 회사 입장에선 우호적인 지분이 줄어든다. 이는 기존의 경영권 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사주조합의 늘어나는 지분에 대해 사측이 우려의 목소리를 전하는 이유다. 주총 의결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 의사 결정이 늦어지거나, 노조의 반대로 불발될 수도 있다. 특히 사측과 노조의 방향성이 극명하게 갈릴수록 이러한 경향은 짙어진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다양한 주주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선 긍정적인 부분이 있지만, 노조와 사측이 공통된 목적을 추구하지 않을 경우 의사결정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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