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의장 "국회, 또 다시 멈추는 일 없길…싸워도 국회에서 싸워야"

입력 2019-03-07 14:42 수정 2019-03-07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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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국회 개회사…"미세먼지 대책 등 민생 입법 신속 처리해야"

▲문희상 국회의장. (사진=연합뉴스)
▲문희상 국회의장. (사진=연합뉴스)

문희상 국회의장은 7일 "20대 국회가 국회다운 국회로 기억될 수 있도록 다 함께 분골쇄신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문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3월 임시국회 본회의를 열고 개회사를 통해 "국회가 또 다시 멈춰서는 일은 없어야 한다. 싸워도 국회 안에서 싸워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오늘은 새해 들어 66일째 되는 날"이라며 "제 17대 국회 이후 15년 만에 가장 늦은 개회식이라는 오점을 기록했다. 국회를 대표하는 국회의장으로서 지각 출발을 통렬히 반성한다는 말씀을 먼저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미세먼지 대책을 비롯한 민생 입법을 신속히 처리해야 한다"며 "국가적 재난에 준하는 비상한 조치와 대책 마련에 국회가 혼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문 의장의 3월 임시국회 개회사 전문.

국회다운 국회, 국회 개혁을 위해 분골쇄신 노력합시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의원 여러분!

2019년 새해를 맞이하고 이제야 제 20대 국회가 국민 여러분 앞에 처음 인사드리게 됐습니다.

지난 5일 우리나라가 국민 소득 3만 달러 시대에 진입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국민 소득 3만 달러, 인구 5000만 이상인 30·50 클럽에 7번째로 가입하게 된 경제적 성취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성취에도 불구하고 체감 경기는 피부에 와 닿지 않는 현실입니다.

일자리 증가세는 둔화하고 가계 대출은 늘어만 가고 있습니다. 저성장이 일상인 시대를 슬기롭게 헤쳐 갈 정부와 국회의 지혜가 절실하게 필요한 시기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더욱 더 분발했어야 할 국회가 오늘 뒤늦게 문을 열게 되었습니다. 국회를 대표하는 국회의장으로서 지각 출발을 통렬히 반성한다는 말씀을 먼저 드립니다. 면목 없는 일입니다.

□ 초심으로 돌아가 입법부 본연의 역할부터 최선 다해야

오늘은 새해 들어 66일째가 되는 날입니다. 제 17대 국회이후 15년 만에 가장 늦은 개회식이라는 오점을 기록했습니다. 지금 본회의는 지난해 12월 27일 이후 70일 만에야 개최되는 본회의입니다.

아시다시피 2019년은 3·1 독립 운동 100주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임시의정원 100주년을 맞이하는 기념비적이고 중대한 해입니다.

저는 신년사를 포함해 계기 때마다 올해는 새로운 100년을 시작하며 한반도 평화, 민생경제, 정치 개혁의 중대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누차 강조한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소중한 국회의 하루하루가 속절 없이 지나가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의원 여러분, 초심으로 돌아갑시다. 3월 신학기를 맞이하는 신입생의 마음으로 심기일전, 신발 끈을 고쳐 맵시다. 최우선적으로 입법부로서 그 본연의 역할부터 집중해야 하겠습니다.

□ 계류 법안 73% 법안소위 한번 못 거치고 대기 중

존경하는 의원 여러분!

지난 2월 말 기준, 제 20대 국회에 들어와 1만 8332건의 법안이 제출됐습니다. 이 중 29.5%인 5408건이 본회의에서 처리됐습니다. 그러나 1만 2761건이 계류 중이며 이 중에서 73%에 달하는 9305건은 단 한차례도 법안심사 소위조차 거치지 못했습니다.

각 상임위원회는 비회기 중이라도 법안 심사는 가능합니다. 그럼에도 법안소위가 거의 열리지 않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국회가 열린다 해도 법안소위는 한 두차례에 그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이는 국회 전체의 신뢰도를 저하시키는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임기 만료 폐기 법안이 대량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의원 한분 한분이 입법 발의뿐 아니라 심사와 의결까지 책임지겠다는 각오가 있어야 하겠습니다.

발의 수가 아니라 의결 법안 숫자, 그 것이 실질적인 입법 성과라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국회의장이 매년 선정하는 우수 의원 평가에 있어서도 기존의 정량 평가를 대폭 개선해 정성평가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 운영위 계류 중인 국회 개혁 법안 의결되면 즉각적인 효과 발휘

의원 여러분, 일하는 국회, 신뢰 받는 국회로 거듭나기 위해서 국회 개혁을 위한 입법이 선행돼야 합니다. 이미 꼭 필요한 대부분의 국회 개혁 법안들이 마지막 단계에 올라있는 상황입니다.

우선 법안소위를 2~3개 이상 복수로 운영하고, 그 개최를 의무화·정례화하는 국회법 개정안이 운영위에 계류 중입니다. 활발한 소위 운영으로 상시 국회의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밀린 숙제를 해결하려면 가장 시급한 국회 개혁안입니다.

국회 청원 시스템 개혁안도 운영위에 계류 중입니다. 헌법상 국민은 국회에 청원할 수 있고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창구도 국회입니다. 그럼에도 청와대로 청원이 몰리는 것은 옳은 방향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국회 상임위별로 청원소위가 있지만 효율적이지 못했습니다. 이를 전자청원 시스템으로 바꾸고 국회 사무처에 담당국을 설치하는 직제 개편도 준비하고있습니다.

이 외에도 패스트 트랙 기간 단축을 포함한 국회 선진화법 제도 개선, 법사위 체계와 자구 심사 제도개선,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 이해충돌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 등의 국회 개혁안이 마련돼 운영위원회에 계류 중에 있습니다.

□ 미세먼지 대책을 비롯한 민생입법 신속히 처리해야

존경하는 의원 여러분!

국민의 삶과 직결된 시급한 민생 법안이 셀 수 없이 많이 쌓여있습니다. 소상공인의 특성에 맞춰 지원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소상공인기본법, 사립 유치원 비리 근절과 회계 시스템 의무화를 위한 유치원 3법, 탄력 근로 확대를 위한 근로 기준법, 카풀 대책 마련을 위한 택시운송 사업법과 여객운수사업법, 최저임금 결정 기준 개선을 위한 최저임금법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이 많은 민생 법안이 국회의 논의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느 것 하나 국민의 삶과 직결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사상 초유의 미세먼지 대란은 국가적 재앙 수준에 이르고 있습니다. 지난 5일 국제 대기 오염 조사 기관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OECD 국가 중에 두번째로 높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미세먼지는 5000만 국민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가장 시급하고 중대한 현안입니다. 국민이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살 권리를 되찾는데 모든 대책을 강구해야 합니다.

정부와 지자체, 국회와 국민이 함께 나서야 합니다. 국가적 재난에 준하는 비상한 조치와 대책 마련에 국회가 혼신의 노력을 다해야 하겠습니다.

□ 윤리특위 개혁안, 의원 징계 심사기한 경과시 본회의 자동 부의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의원 여러분!

최근 5·18 폄훼 발언을 한 의원 징계 요구 건으로 온 국민이 윤리특별위원회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 17대 국회 이후 의원 징계 요구 169건 중 가결은 단 1건뿐이었습니다. 그 외에는 가부 의결 절차 없이 철회되거나 임기 만료 등으로 폐기됐습니다.

제 20대 국회만 보면 36건의 의원 징계 요구가 들어와 있지만 이 중 결론을 낸 것은 단 한건도 없는 상황입니다. 윤리특위가 제 식구 감싸기라는 따가운 비판에 직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12월 윤리특별위원회 심사 시한 개선 방안에 대한 국회의장의 의견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의원 징계에 관한 안건이 윤리특위에 회부된 날로부터 원칙적으로 30일 이내, 최장 60일 이내 심사를 완료하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이 기간이 경과하면 그 다음날로 본회의에 부의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 외에도 여러 의원님들의 개정안이 올라있습니다. 기한이 경과되면 본회의에 자동 부의하는 내용은 대동소이합니다. 국회 윤리특별위원회는 국회의 자정노력을 보여주는 거울이 돼야한다고 생각합니다.

□ 초당적 미국 방문에 감사, 의회 외교 중요성 재확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의원 여러분!

지난 2월 미국을 공식 방문하고 돌아왔습니다. 제 2차 북미 정상회담 직전이었고, 미국 의회 지도부가 새로이 교체된 직후라는 중요한 시점에 이뤄져서 의미를 더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초당적으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성공 염원과 한미 동맹 강화의 중요성을 미국 조야에 전달했다는 점에서 매우 뜻 깊은 일정이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함께 해주신 이해찬·나경원·김관영·정동영·이정미 5당 대표님들과 강석호 외교통일위원장님을 비롯한 3당 간사님들께 다시 한번 감사 말씀을 드립니다.

□ 의회 외교 활동 4대 제도 개선, 외유성 출장 전면 차단 등

이번 방미 의회 외교를 통해서 의회 외교는 국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의회 외교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큰 것도 사실입니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의회 외교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국익을 위한 의회 외교 정책을 적극 추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 위해 국회의장 직속 의회 외교 활동 자문위원회를 통해 지난 2월 21일 개선안을 발표했습니다. 사전 심사를 통한 외유성 출장 전면 차단, 해외 출장 결과 보고 전면 공개를 통한 투명성 확보, 의회 외교 평가 시스템 도입, 이를 뒷받침하는 의원 외교 규정 개정 4가지 사안입니다. 철저하게 지켜나간다면 의회 외교의 새 지평을 열게 될 획기적인 개선안이라는 평입니다.

투명하게 공개되는 의회 외교의 성과는 국회의원 한분 한분의 평가와도 직결되는 상황이 될 것입니다. 의원 여러분의 세심한 관심과 협조를 당부드립니다.

□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우여곡절은 자연스러운 과정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의원 여러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말 그대로 과정입니다. 북미간 적대 관계 70년, 남북 분단 70년이라는 켜켜이 쌓인 세월과 현실이 그 안에 들어있습니다. 얽힌 실타래를 풀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사국들의 여러 정치 상황과 복잡한 국제 외교의 역학관계상 우여곡절이 수없이 많이 발생하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과정일 것입니다.

'그 어떤 평화도 전쟁보다 낫다'는 말이 있습니다. 불과 1년 반 전만 해도 전쟁의 위기를 떠올렸던 한반도였습니다. 하노이에서 열린 제 2차 북미 정상회담이 합의에 이르지 못했지만 남·북·미 모두에게 평화는 지속되고 있습니다. 아쉽긴 해도 다시 새로운 출발입니다. 하노이에서의 만남으로 다시 한번 신뢰는 쌓였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계속 전진한다고 생각합니다.

□ 한국 역할 더 커져, 일희일비 말고 한반도 평화 큰 흐름 속에 민족의 미래를 바라봐야

앞으로의 과정에 대한민국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입니다. 우리가 남북 관계를 발전시키려는 것도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미국과 신뢰 구축을 통해 관계 개선에 적극 임하도록 하려는 궁극적인 목표가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에게 '밝은 미래'가 있음을 확신시키는 것이 현 정부 대북 정책의 핵심이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누차 강조해온 북한의 비전이기도 합니다.

이를 위해 미국과 북한 상호간 신뢰를 쌓는 일을 돕는 것, 중재하는 것, 전달하는 것, 그 어떤 표현이든 좋습니다. 막중한 역할이 문재인 대통령과 현 정부, 대한민국 국회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리하게 살피며 꾸준히 전진하는 호시우행(虎視牛行)의 자세가 더욱 필요한 시기입니다.

일희일비하지 말고 한반도 평화의 큰 시대 흐름 속에서 민족의 미래를 바라보기를 기대합니다. 종국에는 70년 동안 기다렸고 남북한 8000만이 염원하는 ONE 코리아, 함께 꾸는 그 꿈이 반드시 실현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 악마는 디테일이 아니라 당리 당략에 있어, 촛불 민심 제도화하는 국회다운 국회가 돼야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의원 여러분!

제 20대 국회는 국민이 다당제를 만들어주며 협치가 숙명인 국회로 탄생했습니다. 20대 국회는 촛불 민심이 명령한 개혁 입법, 정치 개혁, 개헌을 완수해야만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촛불민심의 제도화는 행정부도 사법부도 아닌 국회의 책무입니다.

실질적으로 일할 수 있는 기간이 10개월 남짓입니다. 이러다가 어느 것 하나 마무리하지 못하고 끝날 수도 있다는 크나큰 위기감을 갖고 있습니다. '이게 나라냐'고 외친 국민의 분노를 잠재워야 할 20대 국회가 '이게 국회냐'라는 비판을 끝으로 막을 내려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동안 지켜본 바로는 민생 입법, 개혁 입법, 정치 개혁 그리고 개헌에 대한 입장까지도 여야의 입장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여야 지도부의 통 큰 결단만 있다면 20대 국회가 큰 성과를 낼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이 충분히 남아있습니다.

지리멸렬하며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흔히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을 인용합니다. 그러나 지켜보는 국민은 '악마는 디테일이 아니라 당리 당략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깊은 우려를 갖게 됩니다.

의원 여러분, 이제 국회가 또 다시 멈춰서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싸워도 국회 안에서 싸워야 합니다. 협치의 틀 속에서 소중한 성과를 만들어가는 성숙한 정치를 보여줍시다. 20대 국회가 국민의 명령을 철저하게 이행하고 마무리해 국회다운 국회로 기억될 수 있도록 다 함께 분골쇄신 노력합시다.

경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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