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립에 외부 자금을 끌어들이는 이유는 기대할 수 있는 시너지가 다양하고 뚜렷하기 때문이다.
자체개발을 고집해 얻는 ‘명분’보다 외부 자금 유치로 얻는 ‘실익’이 더 크다는 분석도 지배적이다.
10일 재계와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이 외부 투자자와 GBC 공동개발에 나서기로 하면서 ‘경영 효욜화’는 물론 지배구조 개편 재추진에도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먼저 현대차가 중장기적 연구개발(R&D) 투자를 공언한 만큼 투자확대를 위해 본격적인 재원 마련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현대차는 지난달 27일 ‘CEO 인베스터 데이’를 통해 2023년까지 향후 5년간 R&D와 미래 기술 등에 45조3000억 원을 투자한다고 공언했다. 매년 9조 원 규모다.
3조7000억 원에 이르는 GBC 개발자금 부담이 외부자금 유치로 완화되면 R&D 투자금 확보는 더 수월해진다.
둘째 경영 효율화도 대표적인 시너지다.
현대차는 올 상반기 안으로 구체적인 중국시장 구조조정안을 내놓는다.
올해 중국판매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에도 베이징 1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구조조정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한쪽에서는 마른 수건을 짜내겠지만 다른 쪽에서는 효율성 확대를 위해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이날 타임스오브인디아 등 인도 현지 매체에 따르면 현대차는 공장증설이 예고돼 있는 인도에서 차량공유 기반 택시서비스 업체 올라(ola)에 2억5000만 달러(약 2800억 원)를 투자한다.
생산축소 및 철수(중국)와 전략적 투자확대(인도)를 동시에 추진하며 경영 효율성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셋째 주주 친화적 경영전략과 함께 지배구조 개편의 의지도 담겨있다.
지난 2014년 현대차그룹이 GBC 부지를 무리하게 매입했다는 지적이 일면서 외국인 주주들의 이탈도 본격화됐다.
지난해 지배구조 개편에 제동을 건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 역시 “GBC가 현대차의 대표적인 ‘비핵심자산’이다”라고 꼬집으며 경영진을 압박하기도 했다.
앞서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도 일부 투자가들이 “GBC 부지에 투입되는 비용이 과도하다”고 지적하자 이원희 현대차 사장은 “GBC 투자비용을 낮추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GBC 공동개발 추진을 암시한 셈인데 이를 시작으로 주주 친화적 경영전략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곧 지배구조 개편안 완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효율성을 강조해온 정의선 수석부회장 체제를 강화하는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
작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선 정 부회장은 합리적인 경영전략과 효율성을 강조해 왔다.
그는 신년사를 통해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점검해 군살을 제거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경영 효율성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GBC 자체개발로 얻을 수 있는 ‘명분’ 대신 공동개발을 통해 ‘실익’을 추구한 것 역시 정 부회장의 경영 스타일과 일맥한다.
박상원 흥국증권 연구원은 “기업설명회에서 CEO(이원희 사장)가 직접 나서서 과거 전략과 변화 방향을 제시했으며 이후 투자자들과 자유로운 질의응답을 진행해 투자자들의 요구에 대응하는 태도 변화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투자가들을 고려하는 주주친화경영의 본격적인 시작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