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란은행(BOE)이 ‘노 딜 브렉시트(아무 협의 없이 유럽연합(EU) 탈퇴)’를 대비한 조치를 늘리고 있다. BOE가 영국 대출기관에 ‘노 딜 브렉시트’ 위기 대응 차원에서 ‘팔기쉬운’ 자산 규모를 3배 이상 늘리라고 권고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 대출기관은 은행 간 대출이 불가능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충분한 유동자산을 확보해야 한다. 단기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은 30일 간의 잠재적인 유동성 위기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유동 자산을 충분히 보유토록 한 지표로 시장 위기가 닥쳤을 때 당국 지원 없이 30일간 자체적으로 견딜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작년 말 BOE의 건전성감독청(PRA)은 특정 기관에 한정해 이 30일 기간을 100일로 늘려 규정을 강화했다.
‘노 딜 브렉시트’가 현실화 돼 금융기관 간 대출이 어려워지는 등 유동성 위기 상황이 오면 일부 금융기관은 자산을 팔아 100일간 견딜 수 있는 ‘총알’을 확보해야한다.
브렉시트 시한인 3월 29일이 다가옴에 따라 중앙은행은 대출기관의 유동성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유럽 은행의 한 고위 관리는 “PRA가 유동성을 면밀히 관리하고 있고 우리는 하루에 두 번 이를 보고하고 있다”고 FT에 밝혔다.
은행들은 또 금융 위기 때 당분간 파운드화를 달러로 교환할 수 없다는 가정 하에 대차대조표를 작성해야 한다.
BOE는 ‘노 딜 브렉시트’가 발생하면 상당한 시장 변동성이 나타날 수 있다고 예측해 왔다. 그러나 영국 은행들은 1조 파운드에 달하는 충분한 자본을 갖고 있어 최악의 시나리오에도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난 5일에도 BOE는 “브렉시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현금경색에 대비해 금융기관에 매주 유로화를 공급하기로 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또 예방조치의 일환으로 매주 유로화 경매를 실시하겠다고 공언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금융위기 당시 체결한 통화 스와프에 따라 BOE로부터 파운드를 받는 대신 유로를 내줄 예정이다. ECB는 “유로 지역 은행에 필요할 경우 파운드를 공급할 준비가 돼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유럽 은행들은 영국 은행 채무의 15%, 영국 국채의 10%를 보유하고 있다.